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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찾았다 내 첫사랑.B망상연재게시판/사랑하는 방법에 대하여 (조아라) 2021. 1. 5. 18:22반응형
BGM 입니다! :>
그리 술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술을 잘하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술을 먹고 난 다음 날은 꼭 정신이 맑지 못했다.
안 그래도 없는 체력 더 깎여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늘은 누구와도 약속이 없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 간단하게 집에 있는 인스턴트 라면으로 해장을 하고 집 밖을 나섰다.
늘 바빴던 삶으로 인해 여유롭게 걸어보지 못했던 거리도 걸어보고, 주변을 살펴보며 자취방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눈으로 하나 둘 새겨 갈 때 즈음 도서관 앞에 도착했다.
나는 수학교육과를 졸업해서 수학 선생님이 되고자 했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았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공부도 잡히지도 않았고, 교생실습을 나갔을 당시에는 학원에서 만났던 학생들을 대하듯이 수업을 가르쳐서 제대로 된 성과나 느낌 없이 졸업을 했다.
물론,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과 짧은 시간이라도 감정을 공유하는 게 재미있다.
그게 다수일 때는 좀 힘들지라도 기억 속에 내가 학생들을 대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어려움 속에 있기보단,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의 삶에 함께 녹아들고 싶다는 생각을 얼핏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 흐음, 우선 교육학부터.. "
서걱서걱 -
막힘 없이 써 내려가는 서술형 답안에 자신감이 붙어 자리를 깔고 앉아있는 시간이 5시간 정도가 넘었을 때 즈음
옆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는 것을 보니 도서관 폐관 시간에 가까워지는 걸 알 수 있었다.
도서관은 집중하기에 좋지만, 시간 제약이 있다는 게 흠이라.. 다음부터는 일반 카페나 스터디 카페로 가볼까..
" 저기요. "
" 아, 네!? "
매고 왔던 가방에 전공 서적을 차례대로 정리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 주변을 돌아보니 바로 뒤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 깜짝 놀라서 몸을 움츠렸지만, 남자는 그걸 발견하지 못 한 건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갑자기 밝게 웃어 보인다.
처음 눈을 마주했을 때는 키가 너무 커서 무서웠는데..
자세히 보니 얼굴이 꽤 익숙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얼굴이 주변에 흔하지 않아서 잊어버리지 않을 텐데..
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시형이 형. 맞지? "
" 어, 그.. 맞는데. "
" 형 나 기억 안 나? "
" 어, 으응.. 네? "
아무래도 내 앞에 있는 이 남자는 나를 아는 것 같다.
게다가 나의 이름을 살갑게 부르는 것으로 보아 나랑 꽤 친하게 지낸 사람인 것 같은데..
같은 과에 이런 후배가 있었나? 아니면 동아리..?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남자를 만난 기억이 없는데, 나의 대답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건지
아까 무서웠던 모습은 어디 가고, 꼬리와 귀만 없지 대형견처럼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고 있다.
순간적으로 ' 착하지.. ' 하고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지만, 어라?
' 착하다 우리 수열이 이쁜 동생! '
' 형, 형이 제일 좋아. 난 형이랑 같이 살래. '
' 형도 수열이가 좋아. 형이랑 같이 살자! '
" 최수열..? "
" 형, 보고 싶었어. "
내 기억 속에 있는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지금 앞에 있는 이 남자는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걸까.
어렸을 때도 잘생겨서 자주 눈이 갔었고, 유독 나를 잘 따르던 수열이었기 때문에 어딜 가든 수열이를 품에 안고 다녔다.
주변 사람들이 둘이 형제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로 딱 달라붙어있었는데..
고등학교 진학 이후에는 수열이랑 거의 만날 일이 없었고 대학 들어가서는 타지로 가서 아예 연락이 끊긴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어릴 땐 2살 차이밖에 안 났지만 그래도 형인 내가 더 컸는데..
지금은 180이 훌쩍 넘어버린 키와 등치를 보니 나와 비교도 할 수 없이 커져 버렸다.
나와 수열이의 만남에 주변 사람들이 흘끗 대는 것을 보고 무작정 그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나를 쳐다본 게 아니라 수열이를 쳐다보고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하긴 이 얼굴을 보고도 아무 말이 안 나올 수가 없긴 하지.. 나도 얼굴에 약하다고 하지만, 이런 얼굴은 정말..
" 형.. 혹시 화났어? "
" 아, 아니! 도서관 안에서 이야기하면 시끄러울까 봐.. "
굳어 있는 얼굴로 재빠르게 도서관을 나오느라 수열이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장신의 남자가 나의 힘에 아무런 저항 없이 따라와 이제는 풀이 죽은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 상황이 아무리 생각해도..
" 혀엉.. 난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 건데, 형이 공부하는데 불편했으면 미안해.. "
" 그, 아.. 아니야.. "
수열이는 예전부터 내 눈치를 유독 많이 봤다.
내가 웃든 울든 화를 내 든 그의 시선 끝에는 항상 내가 존재하고 있었고, 나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받는 듯했다.
그렇기 때문에 수열이 앞에서는 되도록이면 화를 내지 않았는데.
지금은 화조차 내지 않았는데 이 아이는 또 내 눈치를 보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몸만 컸지 달라진 건 없구나..
그렇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함이 없는 것 같아, 익숙하게 그의 머리 위로 손을 올리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칼이 손가락 안을 헤집는 게 기분이 좋았다.
" 형, 진짜 오랜만에 본다. "
" 그러게 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네? "
" 좋은 거야? "
" 당연하지. 달라진 거라곤 음.. 엄청 남자다웠고 잘생겨졌다는 거? "
내 말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수열이가 예전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도 종종 ' 좋은 거야? ' , ' 그럼 형도 좋아? ' 등의 물음을 수도 없이 했었는데, 수열이는 유독 내 눈에 예뻐 보이려고 노력하는 아이여서 그런지, 이따금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예뻐서 얼굴에 마구 뽀뽀를 해줬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뭐 이런 가벼운 스킨십만 해야 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 형 여기 도서관 자주 와? "
" 응? 아, 오늘부터 공부 시작해서 아마 종종 올 것 같아. "
" 나도 여기 다니는데.. "
" 임용 준비하게? "
" 응.. 근데 좀 이해 안 되는 것도 많고 혼자서 스터디하려니까 힘들어.. "
예전에 나 따라서 학교 다니겠다고 떼를 쓰며 울던 아이가
이젠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공부를 하는 모습이 이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아마 나를 믿고 따르는 수열이를 보고 선생님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적도 있다.
이런 너에게 받은 것들이 많은데, 내가 지금 당장 도와줄 수 있는 게 공부라면..
나도 여기 올 때마다 공부하고 수열이 공부도 봐주면 되는 거니까.. 괜찮을 것 같다!
" 수열이 네가 도서관 올 때 음.. 가끔 형이 공부 도와줄까? "
" 어, 진짜? "
기대하지도 않았던 대답에 놀랐는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마치 강아지 같아서 웃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변함없이 순수하고 예쁜 마음 때문에 내가 형으로서 수열이를 아끼고 좋아했던 걸 되새기며, 다시 만난 그를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에 또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고, 나에겐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만난 것도 오랜만이기도 하고, 수열이에게 커피라도 사주고 싶어 카페로 걸어가는 길에 번호를 교환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번호 교환했을 때랑 달라진 게 없는데, 그 사이에 번호 안 바꿨냐는 질문에
그는 핸드폰에 저장된 내 번호를 입력하며 아무렇지 않게 ' 형이 내게 연락할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안 바꿨어. '라고 대답했다.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거치곤 너무 드라마틱한 대사라 ' 너 나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라는 말을 농담 삼아 던졌지만, 대답은 전혀 농담스럽지 않았다.
" 나, 형 좋아하잖아. "
" 어쭈, 요즘 연애하나 보다? 이런 기술도 늘고? "
" 형 엄청 좋아해. "
어느새 저장을 다 했는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 놓고 있던 그가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나와 시선을 마주하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훅 들어오는 그의 얼굴 때문에 놀랬는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렇게 가까이 본 적은 정말로 오랜만인데, 이제 보니 꽤 어른인 티가 났다.
늘 동생처럼 여겨서 어리게만 느껴졌는데..
' 야 너도 연애 좀 해! 맨날 혼자서 뭐하냐?! '
매번 잔소리를 하던 윤지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의식하지 않았는데 하필, 이 순간에 떠오를게 뭐람..!
" 형..? 어디 아파? "
" 아, 아니야. 그, 수열아 내가 오늘 선약이 있어서 그러는데 도서관 올 때 형한테 연락해줄래? "
" 아.. "
어찌 됐든 지금 이 상태에서 수열이를 마주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친동생처럼 여겼던 사람이고, 아무리 사람을 만난다고 그렇지..
아끼던 동생과의 연애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잠시 쿵쾅거리는 심장과 살짝 열이 오른 볼을 숨기기 위해 얼굴을 최대한 숙이고 있자
수열이 또한 나의 시선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아래로 숙여 나를 집요적으로 쳐다보려고 한다.
안 그래도 친한 동생을 상대로 이런 생각을 해서 심란해 죽겠는데 수열이는 자꾸만 집요적으로 굴고, 결국 그의 시선을 이기지 못 한 내가 고개를 휙 하고 돌려버리자 그가 손을 머뭇거리며 내 옷깃을 잡는다.
또 무슨 말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려고 그러는 거지?
" 형, 꼭 도서관 갈 때 연락해야 해..? "
" 응? "
" 형.. 보고.. 아니, 매일 연락하면 안 돼..? "
아.. 앞으로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에 면역을 기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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