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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아니 사실은 나 때문인가?
    B망상연재게시판/사랑하는 방법에 대하여 (조아라) 2021. 1. 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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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youtu.be/OVxKvxUwcVY

    오늘도 어김없는 BGM :>

    다를 거 없이 평일에는 알바에 매진을 했고, 틈틈이 수열이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매일 사진을 보내주는 수열이 덕분에 내 최근 갤러리의 사진들이 모두 수열이가 보내준 사진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갤러리에 있는 사진들을 자주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시간이 남거나 잠을 자기 전에 가끔 챙겨보는 편이라 어제도 갤러리를 열어 사진을 찾아봤다. 

     

    역시나 갤러리를 열자마자 보이는 건 수열이 얼굴이다. 

     

    그 외에도 수열이가 먹었던 음식들이나, 디저트 종류들이 종종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수열이 얼굴이 워낙 사진에 튀어서 수열이가 나와 있는 사진들을 천천히 훑어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

     

     

    아침 일찍 일어나 윤지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니 5분 뒤에 윤지가 타고 있는 차가 점점 가까워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앉아서 하품부터 하니 윤지가 핸들을 붙잡고 잔소리부터 시작해 마지막은 한숨으로 끝났다. 

     

    " 하암.. "

     

    " 그리고 예쁘게 입고 오지 말라니까, 왜 그렇게 입고 왔어! "

     

    그녀가 말하는 예쁨의 기준을 얼른 알아차려야 할 텐데

    아마 내가 30살이 지나고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냥 옷장 안에 걸려있는 스웨터와 바지를 챙겨 입다가

    그래도 전시회에 가는 건데 코트를 입어야겠다 싶어서 작년에 입고 입지 않았던 코트를 꺼내서 입었고..

    목도리만 하고 온 건데.. 이 정도면 수수하게 입은 편 아닌가..? 

     

     

    " 그냥 집에 있는 거 입고 왔는데.. "

     

    " 그래도 집에 뭐가 있는지 확인을 하고 예쁜 건 집어치우고 그냥 나와야 할 거 아냐! "

     

    " 예쁘게 입은 건 아니지만, 전시회이기도 하고.. 단정하게 입으려고 했는데. "

     

    " 차라리 은갈치 정장을 입고 오지 그랬어.. 아오! 그 양반 눈에 들면 피곤해진단 말이야. "

     

    " 그.. 작가님한테? "

     

    " 작가님? 아.. 그래 이권도 그 양반 눈에 들면 세상 피곤해진다니까.. "

     

     

    전시회장을 가고 있지만, 전시회를 개최한 사람의 욕을 20분내내 듣다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윤지가 말하는 이권도라는 사람은...

     


    ' 야 그 양반이 얼마나 깐깐한 사람인 줄 알아? 능력은 좋은데 배려라곤 전혀 없어! 자기가 할 수 있다면 남들도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산다니까? '  

     

    ' 얼굴 잘생긴 사람들은 얼굴값 한다는데 이권도는 이자까지 쳐서 한다?! '

     

    ' 바람둥이라는 소문도 많았어 학교에서 이권도랑 안 사귄 사람이 없다고 했을 걸? '

     

    ' 근데 너랑은 안 사귄.. '

     

    '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난 그런 정신 나간 사람들이랑은 다르지. 퉤! ' 

     


    아무튼 윤지가 안 좋아하는 분류에 속하는 건 알겠는데, 왜 꾸준히 전시회에 나오냐고 물어보자.

     

    ' 실력이 좋은 걸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나랑 작업만 안 하면 되는 거지.. 외부인이 보기엔 그냥 완벽한 사람이야. ' 

     

     

     

    내가 생각하기엔 윤지도 남과 비교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삶에서 또 다른 영향을 받고 성장하고 닳아지니까 좋은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도착해 들어간 전시회장은 꽤 넓었다. 탁 트인 라운지와 분주해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각자가 보고 싶은 사진 앞에 서서 천천히 사진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뭔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그러고 보니 저번보다 더 큰 규모로 준비한다고 했나..? 

     

     

    " 야, 너 딱 여기에 있어! 어디 가지 말고! "

     

    " 내가 애도 아니고.. 그리고 길 잃어버리면 전화해. "

     

    " 이권도부터 찾아야 내가 속이 편하지.. 암튼 최대한 구석지에 있어! "

     

    작품을 보러 온 사람한테 최대한 구석지에 있으라는 말은 또 무슨 대접인 건가.. 

     

    신신당부를 하고 어딘가로 급히 떠나는 윤지를 뒤로하고 나도 차분히 라운지 안을 둘러봤다. 

    그래도 초대해준 사람은 윤지니까.. 윤지 지인이기도 하고, 그러니 그녀의 말을 들어야지.. 

     

    그녀의 말을 되새기며 천천히 구석지로 가기 위해 발을 옮겼다. 

    사실 구석지로 발걸음을 옮기기보다는 눈에 이끌리는 사진부터 보고 싶어 차례차례 사진을 감상했다. 

     

    출처 - Pixabay 

    천천히 걸어가며 사진을 하나하나씩 지나칠 때마다 감정의 무게가 더해진다.

    그리고 멈춰 선 사진 앞에서 무수히 많이 박힌 별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가끔 이 전시회에 와서 사진을 보면 내가 사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넓은 벽면에 박힌 단 하나의 사진이 감정을 불러일으켜 나를 끌어당기고

    그 순간에 이곳에는 나와 그 안에 있는 풍경만 존재하는 것 같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진을 볼 수 있는 감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사람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눈길이 가고 그가 가지고 있는 감정에게 자꾸만 다가가고 싶어 진다.

     

    아름다운 사진들도 많지만 가끔 지독하게.. 

     

     

    " 외로울 때가 많아서요. " 

     

     

    분명 주변에 아무도 없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너무 놀래서 헉소리 조차 나오지 않았다. 

     

    안경을 쓰고 있는 차분한 인상의 남자는 좀 더 다가와 내 옆에 마주 서더니 사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이번 8월에 다녀왔어요. 늘 혼자서 다녀오는데 유독 저 사진을 찍을 땐 외롭더라고요. "

     

    " 왜요..? "

     

    " 애인이 없어서? "

     

    " 아...! "

     

    " 그걸 믿어요? "

     

    " 애인이 없는 게 외로운 사람일 수도 있는 거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감정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내 말이 끝나자마자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남자들의 목소리에 고개가 돌려졌다. 

    생긴 건 딱 봐도 불량하게 생겨서 껄렁대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있지만, 남자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크게 떠들기 시작했다. 

     

     

    " 야, 이 정도 전시회 열려면 얼마나 필요하냐? "

     

    " 한.. 천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

     

    " 이야.. 사진 팔아먹고 천이 면 나도 하겠다 야 카메라 얼마냐? "

     

    " 키 킥, 야 카메라부터 사 돈도 없는 새끼가. " 

     

    어딜 가나 남들 잘 되는 꼴을 못 보고 흠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예의가 없다고 해도 이런 곳까지 와서 저런 말을 해야 할까.. 

     

    한숨을 푹 쉬고 내 옆에 이권 도로 추정되는 사람을 바라보자

    그가 어느새 내 옆에 아니라 그 남자들에게로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라 왜 그쪽으로 가는 거지? 

     

    그리고 남자들에게 상냥한 미소를 띤 채 서슴없이 말을 뱉기 시작했다. 

     

     

    " 아마 천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

     

    " 예..? " 

     

    " 그리고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이런 전시회는커녕, 집 주변에 있는 미술관을 빌리기도 어려울 테니까요. " 

     

    " 당신, 누군데.. 막말이야! "

     

    " 최 비서님 어디 계시죠? " 

     

     

    남자들에게 막말 아닌 일침을 선사한 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자신의 비서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캐주얼 정장을 입고 있는 여자분이 손을 흔들더니 이권도 옆에 마주 섰다.

    저렇게 둘이 있는 거 보니까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 같기도 하다.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자리를 지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언제나 부러워하고 존경했기 때문에 그들이 더 크게 보였다. 

     

    " 이번 사진전 예산이 총 얼마죠? "

     

    " 여기서 말씀드리기엔 좀 곤란한데.. "

     

    " 그럼 간단하게 축약해서 말하세요. "

     

    " 으음.. "

     

    최 비서라고 불리는 여자는 두 남자를 훑어보더니 계산기를 두드려 보곤 계산기에 나온 결과를 그들의 눈 앞에 들이댔다.

     

    남자들의 눈썹이 꿈틀거림과 동시에 여자는 다시 한번 계산기를 두드려 그들에게 보였고, 점점 두드리는 숫자가 잦아지자 남자들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 감사합니다. 처리할 업무가 많으셨을 텐데 제 장난까지 받아주시느라 고생이 많네요. "

     

    " 그만큼 작가님이 돈 많이 주잖아요~ 상관없어요! 그럼! "

     

    라운지 방향으로 걸어가는 그녀를 보며 이권 도랑 일을 하려면 저 정도의 깡은 있어야 싶겠구나 느꼈다.

    나는 절대로 이런 사람과 친해지기도 일을 같이할 수도 없겠지? 

    근데 왜 그가 윤지에게 나의 존재를 물었을까..? 

     

    이권도는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보고 다시 나에게로 걸어왔고 주변 사람들 또한 남자들이 사라지자 다시 작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그래서 이름이 어떻게 되실까요? "

     

    " 아.. 그게.. " 

     

    " 야! 민시! 허업..!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사람 좋은 미소를 내게 보이며, 아무렇지 않게 내 이름을 묻는 이권도에게서 어딘가가 뒤틀린 모습을 발견한 것만 같았다. 

     

    그가 지금 나에게 내보이는 웃음은 호의일까.. 아니면 단순히 사람을 판단하기 위한 경계일까.. 

     

    그래도 이름을 물었으니 대답은 해야겠다 싶어서 그에게 내 이름을 대답하기 직전에 윤지가 찾아왔고,

    윤지가 내 이름을 부르려고 하는 순간 이권도와 윤지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역시나 아무 말도 못 한 채로 이권도에게 불만스럽게 걸어오는 그녀가 내심 걱정되어 웃으며 그녀를 반기자 이번엔 아예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면서 다가온다.

     

    한 거라곤 사진전에서 작품을 구경했을 뿐인데 윤지는 아무래도 일이 꼬여 머리가 아파 보였다.  

     

    " 선배님, 찾고 있었는데 여기 계셨네요? "

     

    " 날 보러 온 손님들에게 직접 인사를 하고 있었지. "

     

    " 아하! 그러시군요! 저희는 약속이 있어서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사라고 하기엔 짧은 대화를 끝내고 서둘러서 자리를 뜨려고 하는 지윤이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이곤 감사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 가려는데 이권도에 의해 다른 손이 붙잡혀 그 자리에서 멈춰 서고 말았다. 

     

    양쪽에서 두 남녀가 나를 붙잡고 있는 모습에 다들 흥미롭게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고,

    무엇보다 나는 '이 사람이 나를 왜 붙잡은 거지?'라는 생각에 머릿속은 이미 혼란스러웠다. 

     

    " 제 일행한테 무슨 볼 일이라도 있으실까요 선. 배. 님? " 

     

    의도적으로 끊어서 그를 부르는 윤지와 

     

    "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가 있는데 후배님께서 잠시 기다려줬으면 좋겠네? "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대응하는 이권도

     

    " 저기.. 팔목 아픈데.. " 

     

    그리고 그 사이에 껴서 두 사람의 신경전에 피 말리고 있는 나까지..

     

    두 사람 모두 팔을 놓을 생각이 없어 보여서 결국 한숨을 푹 내쉬고 윤지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 사람이 나에게 무슨 볼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정말로 할 말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잖아.

     

    아니면 거리에서 봤던 일을 아무한테도 발설하지 말라는 말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만약 그런 오해가 생긴다면 직접 말해서 푸는 게 좋을 것 같고.. 

     

    윤지야 후배니까 나중에 말하면 되는 거고 난 언제 만날지도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지.. 맞아.

     

    " 윤지야 나 잠깐 이 분이랑 이야기하고 올게 쉬고 있어! "

     

    " 야! 어딜 가려고 그래! "

     

    "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나한테 정말 할 이야기가 있으셔서 그럴지도 모르잖아. "

     

    " 하아.. 알겠어. "

     

    결국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윤지가 내 손목을 놓고 미술관 밖으로 나간다. 

    그녀가 내 손목을 놓은 것을 봐놓고 아직도 손목을 잡고 있길래 이제 놓아도 된다는 웃음을 보였지만,

    이권도는 내 웃음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아니면.. 무시한 건가..? 

     

    " 오늘은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

     

    " 아 네..! "

     

    " 번호 좀 알려줄래요? "

     

    " 아, 여기요! "

     

    번호를 입력하고 있는데 나를 계속 주시하고 있는 이권도의 시선이 느껴졌다. 

    마치 뱀 앞에 놓인 먹잇감처럼 내 행동 하나하나를 다 주시하고 있는 이 남자 때문에 긴장을 안 하고 싶어도 몸에 힘이 들어간다. 

     

    " 알고 계실 테지만, 이권도 입니다. "

     

    " 아, 민시형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 다음에 정식으로 식사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그때 뵙죠. "

     

    " 아, 네..! "

     

     

    하긴 이런 대중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할 주제가 아니니까.. 

     

    이권도와의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정말 번호랑 통성명만 주고받고, 다음에 전시회가 또 있으면 초대를 하겠다는 형식적인 인사를 끝으로 대화가 끝났으니까. 

     

    밖으로 나오자마자 언제 커피를 산 건지 두 개의 커피캔을 들고 나에게 달려오는 윤지가 보였다. 

    오자마자 이리저리 내 몸을 만져보면서 내 몰골을 살펴보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를 물가에 내놓은 부모 같이 보였다. 

     

     

    " 야 이권도가 뭔 짓 안 했어!? "

     

    " 어.. 번호만 주고받고 그냥 별 이야기 안 했어. "

     

    " 이권도가 뭐 나중에 만나자는 말도 안 했어? "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그녀가 신기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자

    내 어깨를 잡고 아무 놈한테 잘 대해주면 안 된다고 했잖아를 반복하며 통곡하기 시작한다. 

     

    " 그, 아무 일도 없을 거야..! "

     

    " 넌 조심성이 없으니까 걱정되는 거야 이 놈아.. "

     

    " 작가님을 왜 그리 싫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안면도 없는 사람한테 나쁘게 대할 분은 아니신 것 같은데.. "

     

    " 잘 꼬드겨서 너를 구워 먹거나 삶아 먹거나 하겠지.. "

     

    " 그런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데.. "

     

    물론 전시회 안에서의 모습과 거리에서 봤던 모습이 다르긴 했지만 윤지가 걱정할 만큼의 인성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이권도와 점심식사를 같이 할 날이 온다면 꼭 소화제를 챙겨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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