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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와 B와 C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3
    B망상연재게시판/A와 B와 C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이공일수) 2019. 11. 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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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youtube.com/watch?v=WQzE5syhe0A

     

     


     


    B의 고백을 받아준 건 좋아서도, 그렇다고 싫은 것도 아니였다. 

    아무 감정이 없었다.

    그냥, 감정의 형태가 없었다.

    B를 보고 있으면 뭔가 그려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B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고 있으면 그 감정의 형태가 조금 미묘하게 움직였다.

    B와 10년째 지내서 그런건지 아니면 B를 정말로 연애 대상으로 보이지 않는건지 

     

    아무래도 후자가 맞는 것 같다.

     


    딱히 변화하거나 뭔가가 개입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B와의 관계는 그렇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뭔가 불편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눈에 다른 눈빛이 느껴졌고

    매번 잡았던 따뜻한 손에는 작은 떨림이 추가되었고 

    날 보며 매번 툴툴대고 있던 입술은 매일 날 볼 때마다 미소를 담고 있었다.




    보기 싫었다.

    뭔가 나에게 바라는 것 같은 표정도 그러면서도 말하지 않고 숨기고 있는 모습도

    잠시나마 눈을 돌리고 있으면 더 우물쭈물해지는 말과 행동도 

    녀석은 변한게 없다고 하지만, 변했다.

    불편했다. 

     

    B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불편했다.


     


    " 너 애인 있다면서? 근데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돼? "

    " 너가 상관할 바가 아닌데? 붙어먹기 싫으면 꺼지던가. "

    " 와 ~ 이 오빠 말이 험하네! 애인한테도 그렇게 대하냐? "

    " 니가 필요없는 대화 주제를 꺼낸게 잘못이지. "

    " 애인한테는 안 그러나보다? 하긴, 내가 당신이라면 난 미안해서라도 그 애인한테 잘 대해주겠다. "

    " 딱히. "

    " 어흐, 난 너무 쓰레기는 싫더라. 알아서 꺼질테니까 잘 놀던가. "

    " 쓰레기..? "


    한 번도 내 행동이 나빴다고 생각된 적 없었다.

    내가 예전부터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는 것은 B도 알고 있었고

    오히려 나에게 기대감을 바라고 고백한 B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서 뭘 바라고 그런 고백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는 변한 게 없고 녀석이 이상한 사람이다.

     


    난 결코 쓰레기가 아니다.







    " 헤어지자. "

    " 그래. "

     

    예상은 하고 있었다.

    일부로 다른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고 B를 피해다니기 시작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B와 이런 관계를 원하지 않았다. 

    헤어지면 다시 예전처럼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왜? 그저 헤어지면 그냥 그 관계가 다 끝이라고?

    겨우 4개월을, 그 4개월 때문에 10년을 함께 했는데 그걸 다 버릴정도라고?

    대체 니가 나에게 가진 마음이 뭐길래 그 시간을 버리게 하는데.

    왜 나까지 피해를 봐야하는건데?



    " 씨발.. "

    " 욕하는, 읏, 거 싫다니, 까아..! "

    " 닥쳐. "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헝크리곤 침대에서 내려와 잔에 채워진 물을 마시곤 냅다 벽으로 던져버렸다.

    A의 충동적인 행동에 놀란 나체의 남자는 서둘러서 옷을 챙겨입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방을 고요히 빠져나갔다. 

     

    이제보니 생긴것도 닮았다.

    가지런하게 정리된 앞머리

    자신과 눈을 마주칠 때면 서둘러서 피해버리는 눈 

    입을 맞출 때 눈을 게스름츠레 뜨고 날 살펴보는 행동까지

    생김새도 하물며 사소한 부분도 방금 나간 남자는 B와 닮아있었다.

    마치 자신의 자리에 없어진 B를 찾아 억지로 새겨넣듯이 B와 닮은 사람을 찾아 밤을 보냈던 것 같다.

    사실 섹스를 그렇게 유희적인 목적으로 한 적은 별로 없었다.

    아무리 B와 닮은 사람을 찾아도, 아니면 B를 잊기 위해 다른 사람과 만나도 결코 하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은 무슨 날인지 남자를 거칠게 덮쳐버렸던 것 같다.


    " 하아.. "



    이대로는 안 된다.

    그깟 감정? 그래 다시 받아주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이대로는 못 보낸다.

    뒤틀린 생각이라고 해도, 내 삶엔, 10년간의 내 삶엔 녀석이 함께 했었으니까

    변화하는 게 싫으니까. 

    녀석이라도 있어야 내가 있는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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