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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다시 일상으로..
    B망상연재게시판/사랑하는 방법에 대하여 (조아라) 2021. 1. 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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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youtube.com/watch?v=daiVha82Cco

    지금까지 쓰고 있지만.. 나 엄청난 길을 선택한게 아닐까..?

    마침, 수열이가 내 집 주변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있었고 내 연락을 받자마자 내게로 오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과 선약이 있는데 괜히 나 때문에 자리를 피하는 것 같아서 다음에 만나도 괜찮다고 했지만,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바로 출발하겠다는 말을 뒤로 10분 뒤에 멀리서 수열이가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갑작스럽게 불러도 언제든 환영이라는 수열이의 말에 더욱 미안해져서 대답은 못 하고 땀으로 젖은 그의 머리칼을 넘겨줬다. 

    다급한 일도 아닌데 이렇게 헐레벌떡 뛰어오는 모습이 예뻐 보일 수밖에 없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 눈에는 예쁜 행동만 하는구나.

     

     

    " 많이 힘들었지? 집 안으로 들어갈래? "

     

    " 진짜..? 가도 돼? "

     

    " 당연하지 들어와. 땀 좀 닦고 더우면 씻어도 괜찮아. "

     

    " 그럼 이번엔 형이 나한테 옷 빌려주는 거야? "

     

    " 너한테 맞는 옷 없을 걸? "

     

     

    집에 들어가자마자 모든 게 신기하다는 듯 강아지처럼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수열이가 귀여웠다. 

    그에게 대충 집의 구조를 설명해주고 사 가지고 온 디저트를 테이블 위에 나열하고 있는데, 뭐가 그리 신기한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는 수열이를 따라 나 또한 졸졸 따라다니며 그가 물어보는 것에 일일이 설명하기 바빴다. 

     

    " 이 사진은 대학교 엠티 가서 찍은 사진이고.. 또 윽, 이건 안 보여주고 싶었는데 대학 동기가 꽂아 놓은 거라.. "

     

    수열이가 뚫어지게 보고 있는 사진은 졸업하기 전에 동아리에서 마지막으로 계곡을 놀러 갔을 때 찍었던 사진이다. 

    다 같이 계곡 안으로 들어가 장난을 치고 있었을 때인데, 갑자기 누군가가 날 들어 엎고 물 안으로 던져버려서 물을 먹고 괴로워하고 있었을 때 윤지가 찍은 사진이다. 

     

    물 먹고 나서 얼굴을 닦고 복수를 하기 위해 정신없이 주변을 두리번대는데 다들 내 꼴을 보고 웃었을 때였지..

    물에 젖은 생쥐 꼴 마냥 추해서 가지기 싫다고 했는데 이것도 추억이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사진을 받았는데..

    이게 여기 있었구나. 

     

     

    " 사진 이쁘다. 형 나 이거 주면 안 돼? "

     

    " 저런 사진이 뭐가 이쁘다고.. 더 잘 나온 것들도 많은데? "

     

    " 내 눈엔 이게 제일 예쁜 것 같아. "

     

     

    또 서슴없이 저런 말을 내뱉는다.. 

    도대체 없는 사이에 뭐하면서 지냈길래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야..? 

     

    또 요동치려고 준비 중인 심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열이가 있는 방에서 빠져나와서 냉장고에 있는 주스를 꺼내 들어 두 개의 잔에 담았다. 그러고 보니 수열이가 은근 어른 입맛이라서 디저트가 입에 맞으려나..

     

     

    " 수열이가 매번 사진 보내줬으니까.. 뭐 가지고 싶은 사진 있으면 가져. 대신 딱 1장이야. "

     

    " 난 10장 이상은 보내준 것 같은데.. "

     

    " 너는 얼굴이 잘생겨서 상관없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서 좀 부끄럽거든.. 딱 1장만 가져가. "

     

    " 그럼 이거 줘. "

     

     

    다 따른 주스컵을 들고 테이블에 놓고 있는데 어디서 또 다른 사진들을 발견한 건지 그의 손에 몇 장의 사진이 들려있었고, 고민 끝에 최종적으로 고른 사진은 벚꽃 나무 밑에서 귀에 벚꽃을 꽂은 채 웃고 있는 내 사진이었다.

     

    나도 저 사진은 예쁘게 찍혔다고 생각하고 아끼던 사진인데 용케도 그 사진을 찾았구나.. 

     

    " 그 사진이 마음에 들어? "

     

    " 형이, 엄청.. 예뻐.. "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사진과 같이 입가에 미소를 띠곤 나를 바라본다. 

     

    나도 아끼는 사진이지만, 그래도 사진이야 나중에 윤지한테 한 장 더 뽑아달라고 하면 되는 거고.. 

    흔쾌히 그에게 선물하기로 하자 기분이 좋은지 해맑게 웃으며 준비된 디저트 앞에 의자를 빼고 앉는다. 

     

    예쁘게 나열된 디저트들이 원래 주인에게 가지 못 했지만, 그래도 먹어줄 사람이 있으니까 다행이다.

    아마 수열이도 만나지 못했다면 나 혼자서 이 디저트들을 먹고 있었겠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혼자 먹는 것은 외로웠을 것이다.

     

    " 형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사 온 거야. 이게 좀 덜 달 텐데 먹어봐. "

     

    먹음직스럽게 생긴 스콘을 하나 집고 천천히 그가 먹는 것에 집중했다. 

     

    과연 수열이 입맛에 맞을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그의 반응을 기다리자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았던 수열이는 방긋 웃으며 맛있다고 답해준다. 

     

    다행이다.. 그의 긍정적인 반응에 나도 내 앞에 놓여있는 마카롱을 하나 들고 입 안에 넣었다. 

    부드럽게 녹아드는 필링과 촉촉한 마카롱이 입안에 맴돈다.

    역시 사람이 우울할 때는 단 걸 먹어줘야 한다니까.

     

    " 형, 근데 오늘 쉬어? "

     

    " 아.. 그렇게 됐어. 원래 일정이 있었는데 취소 됐거든.. "

     

    " 그럼 오늘 뭐해? "

     

    " 음.. "

     

    딱히 생각해놓은 일정은 없다. 

     

    아마 수열이랑 이렇게 디저트를 먹고 나서 할거 없으면 보충 학습 자료들을 준비할 테고.. 그저 평범한 하루를 보낼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내일 수열이랑 약속이 있었지? 

    수열이랑 어디에서 놀아야 그에게 좋은 추억을 심어줄 수 있을까..

     

    " 내일 나랑 놀러 가고 싶은 곳은 생각했어? "

     

    " 형 주말 내내 시간 괜찮아? "

     

    " 응응 괜찮아. 숙박이라도 하게? "

     

    " 그랬으면 좋겠는데 갑자기 멀리 가는 것도 부담일 테고, 그냥 형이랑 주말 내내 같이 있고 싶어서. "

     

    " 그것도 좋지. 하고 싶은 건? "

     

    어렸을 때는 집도 가까워서 주말 내내 수열이랑 놀았던 기억이 있다.

    거의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했고, 같이 TV를 보면서 웃고 울었던 게 기억난다.

     

    수열이랑 있으면 편하고 특별하게 뭘 안 해도 즐거웠으니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밖에 나가서 뭐라도 사주고 싶은데.. 

     

     

    " 형이랑 사진 찍고 싶어. "

     

    " 사진? 사진관에서? "

     

    " 아니 그냥 일반 스티커 사진도 괜찮고.. 핸드폰도 괜찮고.. "

     

    " 그럼 내일 사진 찍으러 나갈까? "

     

     

    예전에 대학교 동기들이랑 함께 자판기에서 스티커 사진 비슷한 것을 찍은 기억이 있다.

    이렇게 단 둘이 찍는 건 처음이지만, 수열이와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면 환영이지.

     

    수열이도 좋은지 고개를 끄덕이고 앞에 있는 주스를 쪽 빨아먹는다.

     

    역시나 조금 달았는지 하나 먹고 더 이상 먹지를 못 하네.. 

    다음에는 디저트 종류 말고 음.. 빵이나 떡 같은 걸로 사 와야겠다.

     

    이야기를 하면서 내일 가고 싶은 곳이 대충 정해졌다.

     

    수열이가 먹고 싶다고 했던 초밥을 먹고 나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그 주변에 소품샵이 많아서 그곳에서 구경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술과 먹을거리를 사서 수열이 자취방으로 돌아가 영화를 보고 자기로 했다. 

     

    다음 날 일정은 뭐 그때 정하면 될 것 같고 주말 내내 수열이랑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흐뭇하면서도 어렸을 때처럼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기대된다. 

     

     

    -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수열이도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은 휴식을 보낸 것 같아서 좋았어. 

    물론 아침까지 기분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수열이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까. 

    그리고 내일도 수열이와 함께 일 테니까.

     

    수열이가 날 반가워했던 것만큼이나 나도 수열이가 많이 반가웠나 보다. 

    이런 시간을 잊고 있었기에 오히려 더 그리웠던 게 아닐까?

     

     

    " 수열이 가기 전에 밥 먹고 갈래? "

     

    " ... 나 형 집에서 자고 가면 안돼? "

     

    아무 대답도 안 하고 머뭇거리던 이유가 집에 가기 싫어서 그러고 있었구나?

    정말 가고 싶지 않았는지 수열이가 벗었던 코트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소파에 앉아 있는 인형을 괴롭히고 있다. 

     

    " 내일도 볼 거고, 수열이네 집에서 자니까 오늘은 집에 돌아가야지~ "

     

    " 오늘도 같이 있고 내일도 같이 있으면 되는 거잖아.. "

     

    다 큰 성인 남성이 집으로 가기 싫다고 칭얼대며 이번에는 내 허리를 끌어안는다.

    자꾸 이렇게 받아주면 버릇 나빠지는데.. 아니지 어차피 다 큰 성인이고 수열이도 자취하고 있고..

    집에 돌아가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오히려 더 집에 가기 싫어질 만도 하다.

     

    " 그럼 오늘은 형 집에서 자고 가자. 근데 수열이가 입을 옷이 없는데.. "

     

    " 벗고 자지 뭐.. 형도 남자고 나도 남잔데 괜찮아. "

     

    " 어..? 응응 그러자. "

     

    순간적으로 흠칫했던 이유는 뭘까. 

    예전에는 같이 목욕도 하고, 같은 수영장에 다니면서 옷도 갈아 입고 그랬는데..

     

    하긴 지금의 수열이를 보면 너무 달라졌기도 했고.. 그, 몸도.. 당연히 달라졌겠지.

     

    내가 어딘가 어색하게 대답하고 있다는 걸을 알았는지 수열이가 더 세게 나를 끌어안고 장난을 친다.

    귓가에 작게 속삭이는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안돼.. 안돼!  

     

    " 예전에는 같이 씻었잖아. 설마 부끄러워? "

     

    " 아니 그런 게 아니라..! "

     

    " 그럼 같이 씻을래? "

     

    펑! 결국 계속되는 장난에 버티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최대한 수열이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보지만, 힘이 너무 세서 그런지 오히려 수열이가 움직이는대로 움직여지는 내 몸이 하찮기만 하다. 

     

    " 으아..! 최수열! "

     

    " 형.. "

     

    결국, 수열이의 다리 위에서 앉아 마주 보고 있는 꼴이 돼버렸다.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애인과도 이렇게 앉아본 적 없는데 심장이 쿵쾅거린다.

     

    " 얼굴이 왜 이리 빨개? "

     

    " 큼, 집 안이 더워서 그래.. "

     

    " 벗을래? "

     

    " 너..! "

     

    " 하하, 장난이야 장난. "

     

    계속되는 장난에 심장이 남아나질 않는 것 같다.

    급기야 성희롱 아닌 성희롱까지 듣고 나서야 수열이 가슴팍에 주먹을 내리꽂았고, 이런 내 행동에 미동도 없이 웃기만 하던 그가 살짝 힘을 풀어준다. 덕분에 우리 사이에 공간이 생겼고 나는 그 틈을 타서 손으로 마구 부채질을 하자 옆에서 또 얄밉게 자신의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해준다.

     

    " 너.. 안 본 사이에 왜 이리 장난이 늘었어. "

     

    " 형 없는 동안 나도 변했지.. "

     

    " 예전엔 귀여웠는데.. 지금은 하나도 안 귀여워. "

     

    " 진짜? "

     

    수열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나를 쳐다본다.

     

    옅은 검은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나도 오기가 생겨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얼떨결에 눈싸움이 시작됐는데 곧이어 불쑥 얼굴을 들이 내미는 수열이 때문에 결국 내가 눈을 감고 말았다. 

     

    다가오는 입술에 하마터면 입술이 닿을 뻔했다. 

     

    " 진짜 안 귀여워? "

     

    " .. 귀여워 "

     

    안 귀엽다고 말한 건 장난이지만..

    이렇게 얼굴을 무기로 사용할 때마다 말려드는 것 같아서 말이지.. 

     

    이제 장난은 다 했다고 생각하고 수열이 허벅지 위에서 내려오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또다시 수열이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고, 곧이어 수열이 입에서 나오는 말에 당황해 품에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 뽀뽀해도 돼? "

     

     

    이상하게 수열이가 나를 설레게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수열이 게만 면역이 없는 건지 그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에 자꾸만 가슴이 설레버려서 곤란하다.

     

    전혀 당황하지 않은 사람처럼 최대한 익숙하게 ' 예쁜 짓을 해야 해 주지 '라는 말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 수열이가 잘 수 있는 잠자리를 마련했다.  

     

    물론, 따라서 들어온 수열이 때문에 마련할 필요도 없이 함께 침대에서 자게 되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지잉 -

     

    불을 끄고 내일 아침은 느긋하게 일어나기 위해서 알람을 끄는데 이권도에게서 연락이 왔다.

     

    ' 미안해요. 오늘은 어쩔 수가 없어서.. 다음에 꼭 맛있는 음식 준비해놓고 초대할게요. ' 

     

    오늘 이권도에게 서운했지만 그 시간도 잠깐이었지..

    수열이랑 함께 있다 보니까 서운한 것도 다 잊어버려서 이제는 괜찮다.

     

    오늘 그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의 사랑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로서 곁에서 진심을 다해 그를 응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괜찮아요. 작가님 개인적인 사정일 텐데 너무 마음 쓰실 필요 없어요! 좋은 밤 보내세요! '

     

    이 정도면 괜찮겠지?

     

    누구와 있든 상관없이 내 걱정 말고 그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핸드폰 불빛 때문에 수열이가 잠에서 깰까 봐 문자를 보내고 나도 바로 잠을 청했다.

     

     

    -

     

     

    어지러운 조명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는 남자에게로 여자 바텐더가 다가간다.

    여자가 온 줄 알고 있었음에도 확인을 하지 않고, 본인의 핸드폰 화면만 노려보고 있던 남자는 답신을 보내려다가 결국 핸드폰 화면을 꺼버린다. 

     

    그런 남자의 행동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던 여자가 턱을 괴고 흥미롭게 남자를 쳐다보다 말을 건다.

     

    " 이권도 표정이 왜 그래? "

     

    " 음? 내가 어떤 표정이길래. "

     

    프라이빗 바를 운영하고 있는 에리카는 가끔 찾아오는 이권도에게 관심이 많다. 

    그녀 또한 바이이지만 이권도를 마다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이성적인 관심보다는 이권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슈를 흥미로워하는 축에 속한다. 

     

    오늘과 같이 애인의 연락을 기다리는 집착남 같은 모습을 보면 더욱 눈을 빛내며 이권도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 완전 불만 가득한 표정인데? 골치 아픈 파트너라도 만난 거야? "

     

    파트너라고 설명을 하기엔 민 시형과 자신의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곤 형식적인 대화와 밥을 먹었던 것 밖에 없어서 파트너라고 할 수가 없다. 

     

    물론, 에리카에게 확답을 줄 필요는 없지만, 자기 자신도 과연 민시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처음 번화가에서 마주쳤을 때 얼굴이 꽤 이상형이었고, 후배의 지인이라고 하길래 다가가기 쉬워서 꼬셔보려고 했다. 

     

    하지만, 쉽게 곁을 내어주는 사람도 아닌 것 같고 뭔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를 넘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평소 본인이 자신 있는 가식적인 태도를 취해 민시형에게 다가갔다. 

     

    잘 꼬시면 넘어올 것 같았는데..

     

    " 개인적인 사정이라.. 나한테 별 관심 없다는 듯이 말하는 군.. "

     

    오늘은 선을 긋는 행동을 하는 거 보니 혹시 실수라도 했나? 

     

    " 어이쿠.. 천하의 이권도가 드디어 연애를 하려고 그러나? "

     

    " 헛소리 하지 마. "

     

    " 네네~ 나중에 기회 있으면 데리고 와~ "

     

    " 누굴? "

     

    " 누구긴, 너랑 연락하고 있다가 선 그은 사람이지. "

     

    에리카의 바는 프라이빗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인도 많아 그가 오면 신기해할 것 같기도 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을 빛내고 있을 모습이, 마치 내가 사진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집중하던 모습과 비슷할 테지. 

    새로운 경험을 하면 기억에 남을 테고..

    선을 긋는다면.. 뭐, 선을 넘어가거나 지워버리는 것은 내게 문제는 아니니까.

     

     

    " 기회가 된다면. "

     

    " 괜히 또 사람 상처 주지 말고. "

     

    " 에리카.. 나도 상처 받았던 적 많은 걸? "

     

    " 이 바 안에서 너랑 눈 맞고 운 사람이 한 트럭이다. 너 때문에 장사가 안돼! 너 피해 다니느라 내 바를 못 오잖아! "

     

    " 그래서 외부인이랑 만나겠다고 말하고 있잖아 지금. "

     

    " 그게 부디 너의 종착역이면 좋겠다. "

     

    " 아쉽게도 난 대중교통보단 내 차를 이용하는 게 편해서. "

     

    " 그러니까.. 네 차에 아무나 태우지 말라고.. 에휴 " 

     

    한숨을 푹 내쉬곤 마저 글라스를 정리하는 그녀와 흥미가 떨어졌는지 계산을 하고 바를 나서는 이권도는 바로 그의 작업실에 가서 완벽한 초대를 위해

    하나 둘 옛 파트너들의 흔적을 지워가며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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