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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내가 그렇지 뭐..
    B망상연재게시판/사랑하는 방법에 대하여 (조아라) 2021. 1. 1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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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youtu.be/CBzhVpBTxRQ

    가끔 연하남의 저돌적인 모습에 가슴이 설렌다

    이권도와 보낸 시간은 나름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사람이고, 또 다른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기분 좋게 그와 헤어졌다.

     

    집에 가기 전까지 편안하게 대화를 했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내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확인을 하고 그가 차를 돌렸다. 

    저렇게 보면 정말 좋은 사람인데, 주변에서 어떤 모습을 보고 그를 판단하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나쁜 건 아니지만 내 앞에서의 이권도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니까. 

     

    앞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줘야겠다.

     

     

    -

     

     

    집에 들어가자마자 수열이에게 온 연락이 있나 싶어서 핸드폰을 확인해보지만, 역시나 수열이에게 온 연락은 없었다.

    문자를 읽었다는 표시는 남아있는데 왜 답장이 없는 거지..? 

     

    " 많이 아픈가.. ? "

     

    혹시라도 많이 아파서 침대 위에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가 아닌가 싶어, 전화를 걸어보자 세 번의 연결음이 가고 난 이후에 한껏 잠겨있는 수열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에 그가 걱정되어 안부를 물어보자 방금 막 일어났는지 대답을 하는 타이밍도 느리고, 상태도 많이 안 좋아 보여서 그에게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벗었던 코트를 다시 입고 집을 나섰다.

     

    핸드폰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다시 잠에 든 것 같아서 서둘러 약국을 들러 약을 사고 가까운 죽집으로 가서 죽을 샀다. 

     

    예전에 수열이가 아팠을 때 죽 맛있게 먹는거 보고, 아줌마네 집에 가면 종종 죽을 얻어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속이 많이 아파서 먹을 수나 있을까 싶어 걱정이 된다.

     

    급한 마음에 택시를 잡고 수열이네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초인종을 눌러보지만, 역시나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침대 위에서 움직이지도 못할 텐데 밥은 먹었으려나.. 

     

    어쩔 수 없이 저번에 수열이가 알려준 비밀번호 4자리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현관에서 수열이 방 안이 보였고,

    그 방 안에서 작게 볼록 튀어 나와있는 이불이 보였다.

     

     

    " 수열아~ 형 왔어.. 많이 힘들어? "

     

    혹시 놀랄까봐 들어가면서 나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자 침대 위에서 엎드려 거의 죽상이던 수열이가 갑자기 상체를 벌떡 일으키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많이 놀란 것 같아서 그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가자 많이 당황스러웠는지 눈빛에서도 ' 왜 형이 여기에 있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 많이 힘들었어? 밥은 못 챙겨먹었지..? 나와서 죽 먹자 '라는 말을 하자마자 수열이가 팔을 벌리더니 나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내 배에 얼굴을 묻고 기대고 있는 수열이가.. 

    혼자서 많이 아프고 힘들었을 수열이가 안쓰러워 그에게 허리를 내준채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 많이 아팠으면 형한테 전화라도 하지.. "

     

    " 형 바빴을 수도 있잖아.. "

     

    " 그래도 수열이가 아프다고 하면 달려 왔을 거야. "

     

    " 진짜..? "

     

    내 허리춤에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는 수열이가 귀여워서 양손으로 그의 앞머리를 넘겨주며 그를 다독이곤,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게 그를 부축했다. 

    예전에는 가벼워서 맨날 들고 다녔는데, 이제는 나 혼자서는 절대로 못 들 정도가 돼버렸다. 

     

    겨우 그를 식탁에 앉히곤 사온 죽을 그릇에 덜고 앞에 놓아주자 나를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다.

     

    술이 덜 깨서 힘든가..? 

     

    " 힘들어? "

     

    " 혀엉.. "

     

    분명 일어나면서 머리를 정리해줬던 것 같은데, 머리가 붕 떠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지만 

    그것도 나름 잘 어울리고 귀여워서 웃으며 그를 바라보자 더욱 풀이 죽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 형이 어떻게 해줄까? "

     

    " 손에 힘이 안 들어가서.. 먹여주면 안돼? "

     

    결론은 우리 귀여운 동생이 형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서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구나? 

    몸만 컸어도 역시나 동생은 동생이다. 

     

    귀여워서 그의 머리를 마구 흐트러주곤 숟가락에 죽을 떠 입 앞에 가져다 대주니 고개를 빼고 받아먹는 모습이 

    마치 어미새에게 먹이를 받아 먹는 아기새 같았다. 

     

    물론 몸은 전혀 아기새가 아니지만.. 내 눈엔 그저 사랑스러운 동생이니까.

     

    " 더 먹고싶은 건 없어? "

     

    " 응.. 형 오늘 어디 다녀왔어? "

     

    " 형 아는 지인 만나고 왔어. "

     

    " 그렇구나.. 재미있었어? "

     

    " 나름..? "

     

    다음에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었다. 수열이가 걱정되기도 했고..

     

    내 대답에 뭔가 서운한 티를 쉽게 내지 못 하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온다.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들이 수열이의 상태를 알기 쉽게 나타내는 것 같아서 좋다. 

     

    이권도 같은 경우는 늘 웃는 표정, 아니면 진지한 표정밖에 못 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수열이는 표정에서 본인의 상태를 알 수 있으니까 대하기 더 편하다고 할까..

     

     

    " 물론 수열이가 걱정돼서 일찍 들어왔어. 연락도 없고.. 밥도 못 챙겨 먹었을 것 같아서 형이 이렇게 찾아왔잖아. "

     

    " 알아.. 나랑도 재미있게 지냈으면 좋겠다 싶어서.. " 

     

    " 수열이랑 같이 노는거 엄청 재밌는데? " 

     

    물론 지금까지 공부만 하고 밥 먹고 술 먹은 게 전부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 수열이랑 같이 놀았던 기억을 되새겨 보면 늘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다. 

    이번에 공부 끝나고나서 같이 대학로나 돌아다녀 볼까..

     

    " 밥 먹고 바로 약 먹어. 이거 먹으면 좀 나아질 거야. "

     

    " 응.. 형 바로 가야해? "

     

    "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집에서 혼자 쉬는 게 좋지 않아? "

     

    " 형이랑 같이 있고 싶은데.. "

     

    약을 먹고나서 나를 바라보며 두 손으로 꽃받침을 하고 있는 수열이의 눈빛에 차마 두고 간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오늘 하루쯤 여기서 자고 가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내일도 주말이니까.

     

    " 그럼 오늘 하루만 여기서 잘게. 근데 형 옷을 안 가져와서.. "

     

    " 그냥 내 옷 입고 자! "

     

    " 그럼 부탁할게. "

     

    밥도 먹고, 약도 챙겨 먹어서 그런지 몸 상태가 꽤 좋아보이는 수열이는 방 안으로 들어가 옷장을 마구 뒤지더니 

    수열이가 입고 있는 티셔츠보다 작은 사이즈의 상의와 바지를 챙겨 나에게 내밀었다. 

     

    웃으면서 그가 준 옷들을 챙겨 방 안에서 옷을 갈아 입는데

    역시나 수열이에게 작은 옷이라고 해도 나에겐 폼이 넉넉했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섬유유연제 향이 수열이랑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때 즈음 수열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고 

    자신의 옷을 입고 있는 내가 보기에 웃겼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곤 쿡쿡대며 웃는다. 

     

    " 그래도 예전엔 내가 너보다 더 컸거든..? "

     

    " 웃겨서 웃는게 아니라, 형이 내 옷을 입고 있는 게 좋아서 웃은 거야. "

     

    얜 또 아무렇지 않게 심장에 안 좋은 말을 서슴없이 내뱉네..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좀 쑥스러워서 수열이의 입에 손바닥을 대고 그만 말하라는 뜻으로 꾹 누르니 이번엔 내 손목을 잡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나를 안는다.

     

    아까 맡았던 섬유유연제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갑작스럽게 이런 스킨쉽을 하면 아무리 나라도 수열이에게 두근거릴 수밖에 없지 않나!?

    분명 수열이는 아무 생각 없이 나를 안았을텐데 눈치 없는 심장은 새로운 자극에 미친 듯이 요동친다. 

     

     

    지잉 -

     

     

    수열이 품에 안겨 멀뚱멀뚱 서 있다가 내 바지 주머니 안쪽에서 울리는 진동에 깜짝 놀래 황급히 그의 품 안에서 벗어나 핸드폰을 확인했다.

     

    ' 오늘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서 좋았어요. 괜찮다면 이번주 평일에 작업실로 초대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나요? '

     

    연락의 주인공은 바로 이권도였다.

    내가 들어가기 전까지 인사를 했으면서 다시 한 번 문자로 보내주는 것이 과연 가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사람이 이제까지 제대로된 사랑 한 번 못 해봤다는 게 안타깝다.. 

     

    수열이나 이권도나.. 얼굴 값하는 사람들이 왜 사랑을 못 받고 사는지 이해가 안 되네..

     

    아니, 그것보다 작가님의 작업실에 직접 가볼 수 있다니.. !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텐데.. 

     

    ' 이번주 평일이라면 언제 말씀하시는 건가요? '

     

    ' 음.. 금요일 어때요? '

     

    ' 괜찮아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

     

    ' 제가 시형 씨 집 앞으로 갈게요. '

     

    ' 그럼 오시기 전에 연락 주세요! '

     

     

    작가님 작업실에는 처음 가는 거니까.. 미리 선물이라도 챙겨서 드려야겠다.

    무슨 선물을 챙겨드리면 좋아할까.. 실용성 있는 게 좋겠지? 

     

    연락을 보내놓고 혼자 골똘히 잠겨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앞에 수열이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시무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기에 또 무슨 생각을 했길래 이러나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왜 그러냐고 물어보자 

     

    ' 형을 뺏긴 것 같아서 싫어.. ' 라며 투정을 부린다.

     

    아마 이런 행동이 어렸을 때 부터 생긴 소유욕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나 없이 살았던 시간이 길었을텐데 나에게 사랑받는 게 그리워서 이럴지도 모르겠구나 싶어

    이권도가 누군지 그리고 어떻게 만났는지 설명을 해주니 풀릴줄 알았던 심술이 더 꼬여버리고만 것 같다.

     

    " 형이랑 다음에 놀러 갈까 수열아? "

     

    " 어디로? "

     

    " 수열이가 가고싶은 곳 어디든! 맛있는 것도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사고. "

     

    " 언제? " 

     

    놀러가자는 말에 심술이 서서히 풀리는 것 같다. 

    일반 평일에는 알바 때문에 힘들 것 같고..

    금요일에는 작가님 작업실에 가야 하고, 주말에는 수열이랑 공부해야 하는데..

     

    언제가 가장 좋냐고 물었을 때 당연히 주말을 이야기하는 수열이 때문에 웃음이 나왔다.

    ' 너 그때 공부해야 하잖아 '라는 말에 얼버무리며 고민하는 그에게 그럼 다음 주 주말까지만 놀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기로 했다. 

     

    잘 시간이 다가왔고, 오랜만에 옆에서 자라고 애교를 부리는 수열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둘이 한 침대에 딱 붙어서 잠을 자게 되었다. 

     

    ' 어릴 때는 우리가 한 침대에 누워도 전혀 불편하지도 않았고 자리도 넓었는데 이렇게 커버렸네~ '

    ' 아저씨 아줌마는 잘 지내? ' 등등의 사소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잠 기운에 취해 끔뻑거리는 수열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그가 깊은 잠에 들자 나도 눈을 감았다. 

     

    곧 다가올 일정들이 두근거리기도 하면서 기대되는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학원에서 연락이 왔고, 예비 고3을 위한 특강을 준비해야 해서 주말인데 모여서 회의를 하자는 원장 선생님 때문에 수열이와 아침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집을 나섰다.

     

    눈에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잠에서 일어나지도 못 하고 비몽사몽인 수열이를 겨우 다시 재우고 밖으로 나왔고 

    곧장 학원으로 향했다. 

     

    다른 선생님들 모두 눈에 피로가 한가득 한 걸 보니 전날 밤에 주말이라고 달리신 분들도 계신 것 같고..

    주말에 푹 쉬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끌려 나오신 분들이 대부분 같다. 

    나도 거기에 포함이지만.. 

     

    " 그럼 이번 주 부터 민쌤이랑 조쌤이 평일 5시부터 10시까지 담당해주시구요. 필요에 따라서 보강 날짜 잡고 알려주세요.  "

     

    " 선생님, 제가 이번주 금요일만 일정이 있는데.. 혹시 금요일에 뺄 수 있을까요? "

     

    " 그럼 주말로 보강 날짜 잡는 건 어때요? " 

     

    " 아.. 혹시 다음 주 주말은 괜찮을까요? "

     

    " 그렇게 하세요 그럼. "

     

    " 감사합니다! "

     

    원래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편에 속해있고, 웬만한 스케줄은 다 맞췄던 나라서 늘 미안해하셨던 원장 선생님이신데 

    이번에 너그럽게 수락해 주셔서 다행이다.. 

     

    이제 약속을 잡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번 주가 넘어가면 할 수 없겠구나.. 윤지랑도 한 번 만나야 하는데.. 

     

     

    지잉 -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고 확인하는 동시에 내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횽 화이ㅌ.. ㅂㅏㅂ 잘 챙ㄱㅕ먹어. ' 

     

    ' 사진 '

     

    ' 주문하신 제품(로맨틱 플라워 디퓨저)이(가) 배송을 출발하였습니다. ' 

     

     

    하나는 작가님 작업실에 선물로 드릴 디퓨저가 배송을 시작했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야 잠에서 깼는지 비몽사몽 한 상태로 연락과 사진을 남긴 수열이 때문이었다.

     

    귀여운 녀석.. 

     

    ' 수열이도 밥 꼭 챙겨 먹고 오늘 하루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자~ ' 

     

     

    수열이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도 오랜만에 선생님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바로 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이번 연도를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에 대해 다른 선생들과 함께 고민했고

    어느새 시간이 지나 저녁이 돼서야 다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피곤하고 정신이 없으면서도 이번 주만 잘 버틴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을 위로하며 닥쳐오는 일들을 다 견뎠지만..

     

    이상하게 내가 원하고 바라는 일들은 뜻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는 걸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작업실에 가기 전에 선물로 드릴 디퓨저까지 도착했고 작가님과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라고 생각해서 보내드린다는 말을 구구절절 다 써 내려간 쪽지와 혹시 취향이 아니면 어쩌지 싶은 마음에 전날 미리 디저트까지 주문을 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작가님을 만나기 하루 전에 약속이 취소되었다. 

     

    ' 미안해요 오늘 일 때문에 갑작스럽게 미팅이 잡혔어요. 다음에 초대해도 될까요? '

     

    ' 네 괜찮아요! 미팅 편하게 하세요! 시간 가능하실 때 연락 주시고요! 파이팅! ' 

     

     

    작가님이 한가로운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타격은 오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디퓨저야 나중에 만나서 주면 되는 거고 디저트 같은 경우는 취소하기도 아깝고 수열이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서 금요일 당일에 찾으러 가는 길이었다. 

     

    학원에 이미 쉰다고 말을 했던 터라 나를 위한 여가 시간으로 사용하려고 했는데 카페로 가는 거리에서 작가님을 보고 말았다. 

     

    분명 미팅이 있다고 했고 작업실에서 만나는 줄 알았는데 밖에서 만나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지만 옆에 있는 남자가 일과 관련된 남자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권도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걷는 모습들이 마치 연인인 것 같아서..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가 외로운 사람이 아니라서 실망했나? 아니다. 

    나보다 모자랄 거 없는 사람이고 뛰어난 사람인데 주변에 많은 사람이 꼬일 거란 건 예상했었다. 

     

    그럼, 연애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신감이 들었나?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가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건 나였으니까.

     

    그가 지금 만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 서운했나? 

    그래.. 이게 맞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가 선택하는 것이지 나를 꼭 만나야 한다는 전제는 없으니까. 

     

    그래도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하고, 내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조금 서운하다. 내가 그렇지 뭐.. 

     

    " 디저트 챙겨서 수열이 가져다줘야겠다.. "

     

     

    나는 서둘러 그곳에 없었던 사람처럼 디저트 카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예쁘게 포장이 된 종이봉투를 받고 카페를 나서자마자 도망치듯이 택시를 타고 집 앞으로 이동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드는 생각은 ' 왜 내가 그 자리를 서둘러서 나왔을까. '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 헛된 기대로 인한 실망감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말자. ' 로 끝이 났다. 

     

    이권도가 선택한 일에 내가 실망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나에게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니까..

    나를 안 만나줬다는 이유로 그 사람에게 실망할 필요는 없어.

     

    터져 나오는 욕심을 꾹꾹 눌러 담은 채 혹시나 깨어있을까 싶어서 수열이에게 곧장 연락을 하니 바로 답장이 온다.

    주고 싶은 게 있어서 집으로 가도 되냐는 말에 방방 뛰는 토끼 이모티콘을 보내는 수열이..

     

    아주 작게나마 웃음이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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