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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리불안 생긴 후회공 보고싶다.
    망상폭팔공간/B망상조각글 2020. 12. 3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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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거 있잖아요... 

     

    수가 공 짝사랑했는데, 공은 그런 마음 가지고 놀고 지 좋을대로 부려먹다가 나중에 정작 필요할 때 못 보고 

    약간 분리불안 생겨가지고 수 집에 억지로 가둬놓고 힘들때마다 찾아가서 얼굴 보고 오는데 이미 수는 마음 떠났고,

    공 올때마다 흐릿한 눈으로 마주하는 그런 거.. 

    도망칠 수 없고, 나가면 생명이 위험해지니까 표면적으로 그냥 웃으면서 공 반겨주는 수한테 

    사랑이라곤 전혀 안 느껴지는 그런거... 

     


     

    " 오늘은 어디에서 뭘 하면서 지냈는지 알려줄 수 있나? " 

     

    " 그냥, 평소와 같이 전화도 받지 못 하고 아무 곳도 나가지 못 한 상태에서 창문에 기대서 바깥 구경만 했어요. "

     

    " 이번 주 주말에는 꼭 나가게 해줄테니 기운 차려. "

     

    " 상관 없어요. 당신 곁에 있는 이상 바깥이나 안이나 똑같을 것 같으니까. " 

     

     

     

    매번 주말에 나가자는 말을 했지만, 지키지 않았던 나였다. 

     

     

    처음 말을 꺼냈던 순간은 그의 눈에서 빛이 보였다.

    이 곳을 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듯한 빛.

     

    그의 빛을 내 세상, 내 어둠으로 가려버렸다.

    그가 없어지면 내 빛은 사라질테니까. 

     

    두 번째 말을 꺼냈을 땐 불신을 안은 눈으로 날 바라봤다.

     

    ' 네가 날 밖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

    ' 이번엔 또 어느 곳으로 끌려갈까. ' 

     

    그의 두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지만, 딱히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 때 그의 눈 안에 있는 건 오로지 내 모습뿐이었으니까. 

     

    세 번째 말을 꺼냈을 땐 그 말에 반응 하지도, 나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 에리안, 기쁘지 않아? "

     

    " 벌써 3주가 지났어요. 날 기만하는게 아니라면 뭐죠? "

     

    " 시기가 좋지 않았을 뿐이야. "

     

    " 하.. "

     

    그리고 이번이 네 번째 말을 꺼냈을 때 그는 다시 나를 마주하고 앉아 있다. 

    온 몸에 힘이 빠진 상태로 나를 가련하게 바라보는 게 마치, 인형을 보는 듯 했다.

     

    욕구도 욕심도 생기지 않은 그런 비어있는 상태. 

     

    그는 나에게 기대하는 것도 실망하는 것도 없는 상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매번 같은 거짓말을 반복해서 그의 반응을 확인해보지만 이제는 소용이 없는 것 같다.

     

    " 에리안. "

     

    " 말씀 하세요. "

     

    " 에리안. "

     

    " 네. "

     

    " 날, 봐. "

     

    " 보고 있어요. 이 저택에서 당신만을 보고 있어요. "

     

    생기를 가득 담고 있던 초록 눈은 이제 탁해져버려 빛을 잃어가는 화초를  보는 것 같았다.

    화를 내든 웃든 오물 거리며 앵두 같이 빛나던 입술은 이젠 다 말라버려 푸석해진 사과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름다웠다.

     


    " 에리안, 에리안! 제길! "

     

    그가 저택에서 사라진지 3시간이 넘어가고 있다. 

    아무리 저택 안이 크다고 해도 에리안이 숨을 곳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사용인들의 눈을 피해서 어디로 달아난거지? 

     

     

    " 당장 에리안을 내게 데려와라. 데려오지 못 한다면, 오늘 이 저택 안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라는 말은 가구와 커튼, 시트 등을 말한게 아니다.

    그 무엇이든, 그 누구든 그의 눈 앞에 에리안을 데리고 오지 않는다면 다 찢어 죽일 거라는 협박이었다.

     

     

    " 주인님, 이 저택 안에서 숨을 곳은 없습니다. 그러니.. "

     

    " 닥치거라. " 

     

    내 눈에서 달아나지 않겠다던 말은 거짓말인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그를 잃어버리듯이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를 놓을 생각은 없다.

     

    그는 내 것이니까. 

     

     


     

    " 주인님, 그의 행방에 대한 소식이 2주 전에 끊겼다고 합니다. "

     

    " 누가 그런 말을 했지? "

     

    " 아랫마을에 있는 '페리칸 마을' 입니다. "

     

    " 다 죽여라. "

     

    " 예? "

     

    " 일 하나 제대로 하지 못 하는 자들인데, 굳이 살려둘 필요가 있는가? " 

     

    " 알겠습니다. "

     

    에리안이 이 저택에서 사라진지 한달이 넘어가고 있다. 

    그나마 에리안의 발자취가 남겨진 곳이 페리칸 마을인데, 거기서 얻을 정보가 없다면 쓸모가 없는 것 아닌가?

     

    지금의 나에겐 나라를 이끌만한 정책도, 의무감도 없다.

     

    그를 찾아야한다. 


    그가 있는 곳을 찾았다. 

     

    저택 뒤에 있는 숲 속에서 그를 발견했다는 목격자가 있어서 그 곳으로 가니 에리안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없는 시간 동안 더 힘들었으면 했는데 , 오히려 더 아름다워져버린 그가 야속하기도 싶으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에리안, 내가 널 가지고 있을 때도, 다시 잃었을 때도 

     

    너는 변함 없이 나의 것이라는 걸 

     

     

    " 에리안, 그동안 많이 야위었군 "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 에리안, 다시 돌아가자. 네가 있어야 할 자리로 "

     

    " 이 자리가 제가 있어야 할 곳입니다. "

     

    " 에리안, 날 화나게 하지마. "

     

    " 카일.. 날 아프게 하지말아요. "
     

    1년만에 듣는 이름에 감격을 느끼지도 못 한 채

    에리안의 품 안에서 나온 날카롭고도 고귀한 장식의 칼이 에리안의 목에 꽂혔다. 

     

    정확히는 에리안, 그의 손에 의해 내리 꽂아졌다. 

     

    " 카, 일.. 당신이 날 죽인 겁니다. "

     

    " 에, 에리안.. 이, 무슨..! "

     

    그의 목에 내리 꽂아진 칼은 처음 에리안을 구해줬을 때 안겨줬던 카일의 작은 나이프였다. 

     

    죽어가는 모습 조차 아름다운 그의 모습을 하늘도 바라보는지 

     

    몰아치던 눈보라가 잔잔해 그의 몸 위로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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