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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공x환자수[사망플래그]
    망상폭팔공간/B망상단편 2016. 1. 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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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직업에서 이런말하면 안되는거 알지만
    환자를 질리도록 봐온 나는 '아프다'라는 소리만 들어도 피곤이 몰려온다

     

    "나가"
    "약속했잖아"


    오늘로 이환자와 내가 알게된지 100일


    "후..."
    "나가라고 듣기싫어"
    "이지우"
    "나가라고 했잖아!!!"


    이환자가 나에게 소리를 지른횟수 정확히 42번


    "이럴수록 너만 손해라는거알잖아"
    "아니 난 아무것도 몰라 알고싶지도않고 그냥 이대로 내버려둬"
    "이지우!"
    "나가!나가라고!!"


    이환자에게 앞으로 남은 날은 37일


    "알아서해"
    "으..윽..으.."
    "하아.."
    "비켜..나가.."


    정확히 37일후

    아니.어쩌면 더빨리

    나는 이환자의

    내작은 어린애인의

    사망선고를 해야하는

    의사다.
     


    "최선생님...설마 또.."
    "네 그설마가 맞습니다"
    "후..지우군이 치료를 받아야할텐데"
    "하..그러게말입니다 아직 이선생님은 도착안하셨죠?"
    "네.."
    "최대한 설득해볼테니깐 이선생님이 도착하시면 대신 말좀 전해주세요"
    "걱정마세요"
    "감사합니다"

    박차고 나왔던 문을 열어 다시 들어가니
    방금도 소리지르고 난리치던녀석이 힘들었는지 침대에 죽은듯이 누워있다
    ..죽은듯이?

    "이지우.."

    침대앞까지 걸어와 그를 흔들어 깨워보지만 아무대답이없다

    "..이지우..자냐?"

    "..왜또 들어왔어..나가라고했잖아"

    느릿느릿 눈을 뜨며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힘이하나도없다


    "또 그말할려고왔지"
    "아니 이제안해.."
    "풋..이제는 상관없는거야? 섭섭하네"
    "네가 받기싫다면서"
    "그래도 우리 의사선생님이 계속 받으라고 한다면 좀만팅기다가 받을려고했는데"
    "장난이나오냐"
    "안나올건 또뭐야 내가 아픈데 왜 선생님이 더 난리야.."
    "..말이라고 하는거냐?"
    "나 죽기전까지 선생님이랑 안싸우고싶어.."

    화가났다 자신의 죽음에대해서 반응조차 하지않는 녀석
    처음만났을때도 그의 태도는 변했다고 할수없지만 지금과같이 완전히 포기한상태는 아니였다


    "안죽으면 되잖아..너 살릴려고 이러는거잖아"

    "내가 멍청이도 아니고 아아.. 선생님을 못믿는건아니야 하지만 내몸이 견디지못할것같다는건 내가제일잘알것같거든"

    "멍청아 요즘은 암은 아무것도아니야 금방 나을수있어"

    "헤헤..그래 아무것도 아니니깐 치료받으라고 재촉하지마 그리고 그런 표정도 짓지말고.."

    오늘같이 내직업이 원망스러워 진적이없었다
    이녀석이 어느정도 아픈지는 담당의사니깐 당연히알고있다
    알고있기에

    간절하고..

    허탈하고..

    괴롭다..


    "있잖아 의사선생님"
    "편하게불러"
    "병원에서는 아는척하지도말고 선생님이라는 공식명칭으로 부르라면서"
    "이젠 안그래도돼"
    "하긴..나중엔 이름부르고 싶어도 못부를텐데"
    "이지우..그런소리하지말랬지"
    "알겠어알겠어 안바빠? 나랑이렇게 놀고있을시간이 아닐텐데"
    "놀고있다니 넌 환자고 난 의사니깐 진료중이 맞지"
    "다큰양반이 억지부리고있네.."

    희귀병판정을 받고 입원을 하게된지 일주일이 넘었다
    처음에는 부정하던 녀석이 시간이 지나면서 수긍을하는 모습을보며 점점 내자신에게 무능력함을 느낀다
    치료해줄수도없다. 그저 곁에서 괜찮다는 말만 할수있는.. 하지만 이젠 그런말조차도 하기 힘들어진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는데..


    "선생님"
    "응"
    "나 밖에나가고싶어"
    "안돼 눈많이와서 추워"
    "나눈좋아하는데.. 눈보고싶어"
    "감기걸리면 힘드니깐 안돼.."
    "정말 안돼?"

    하루하루 야위어가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나도 그와 같이 수긍하는 모습에 구역질이난다
    포기하고싶지않다 보내고싶지않다 하지만 아무런 방법이없다..

    "으아춥다"
    "춥다그랬잖아 이제 들어가자"
    "앞으로 몇일남았어?"
    "80년"
    "난 100살까지 살고싶지않는데.."
    "살아야돼 살아줘"
    "선생님"
    "응"
    "형.."
    "응.."

    묵묵히 나를 부르는 녀석

    "최주혁"
    "왜"

    녀석이 내이름을 부르자 거짓말처럼 목이 탁막히는 기분이들었다

    "나있잖아"
    "응"
    "나.."

    힘이빠져있던 목소리는 미친듯이 떨렸고
    그는 울먹거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말은 나와 녀석을 충분히 무너뜨릴수있었다


    "살고싶어 주혁이형.."
    "살고..싶어..흐..으..윽..하아.."

    그칠생각없이 내리는 눈은 마치 녀석과 숨죽여울고있는 나를 아는듯 조용히 하늘에서 내려왔다


    치료방법이아예없는건아니지만 이치료가 완벽하다는 보장은 못한다
    게다가 녀석이 걸린병은 치료방법이 없기때문에 잘못하다간 거부반응이일어날수있다
    그리고 거의 손을 놓다시피 녀석을 돌본지 2주가 지났다


    "선생님"

    "어"

    "안아줘"

    요즘 부쩍 어린양도많아지고 스킨쉽횟수도많아졌다
    예전같았으면 징그러웠을텐데 이젠 하루도빠짐없이 그를 안지않으면 불안해진다


    "밥먹었어?"
    "아니..별로안먹고싶어"
    "먹어야지.."
    "먹으면다토하는걸 왜먹어.."
    "...뭐먹고싶은건없어?"
    "응..아무것도안먹을래"

    갈수록 야위어가는 몸을 보니 괴롭다..
    건강한내가 너를봐도 괴로운데 너는 얼마나 괴로울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지나고 일주일이 지날때마다
    그가 야위어가듯 나도 야위어갔다
    이제는 얼마남지않았다..


    5일..


    "주혁이형"
    "응"

    이제는 목소리조차 들리지않게 작게말하는 녀석..
    그소리조차 놓치지않기위해 그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다음생같은거 안믿는데 만약 그런게있다면 그때도 내가 먼저 선생님을 찾을게"
    "멍청이.."
    "그때도 병원에서 진찰하고있으면 웃기겠다.."
    "그땐 절대로안할거야"
    "그땐..건강하게 찾아갈테니깐 꼭받아줘야돼"
    "어디로 놀러가지말고 바로 찾아와라"
    "헤헤.."

    4일..

    "선생님!!! 이지우환자가!!"
    "제길..! 빨리 응급실로!!"
    "계속 혈압이 떨어집니다!"
    "아직은 ..안돼..안돼.."
    "선생님!!"

    계속해서 떨어지는 혈압과 심장박동
    새파랗게 변해가는 얼굴

    "이지우 일어나!! 이지우!!"
    "선생님 진정하세요!"

    힘없이 흔들리는 몸에 더더욱 패닉이 되어만다

    "장난치지마..그만하라고..아아아악!!"
    "빨리 최선생말려!"
    "최선생님!! 교수님오셨어요!"
    "아..아..흐..안돼..아아.."
    "내아들을 쉽게 포기하라는 말은 안하겠네..하지만 어쩔수없는 경우에는 환자를 생각하는게 더 좋겠지"
    "교수님..포기하면안됩니다..아직..아직..할수있습니다."
    "한달동안 최선을 다한거 다알고있다네 하지만 이젠 그만해야할때야.."
    "아직..4일이나남았습니다 그안에.."

    말이끝나기 무섭게 응급실전체엔 귀를 아프게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소리는 주위에있는 모든 사람의 고개를 숙이게만들었다


    "아..아..안돼!!!안된다고!!!"

    "선생님..!"

    "아..윽..아..안돼..하흑.."

    사람들은 안돼만연신 외치고있는 그를 안타깝게 바라볼뿐 아무도 그를 다독여줄수없었다


    이럴거란거 알고있었다 나는 후에 내가 사랑하는 애인의 이름을 부르며 사망선고를 해야한다는것도
    쓸쓸하게 그의곁을 지키며 그를 보내줘야하는것도
    이모든게 꿈이아니라 예정대로 될수밖에없던 현실이란것도


    하지만 그 현실은 예정보다 빨리찾아왔고.. 나는  마음의 준비를하지못했다

    어쩌면 평생하지못할수도..


    그가 떠나고 정확히 1년이 된후 일에 거의 미치다시피했던 난 오랜만에 그가있는 곳으로 가게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나게된 많은 이들이 있는곳..

    "나왔다 너무 늦게왔지"

    그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사진속에있는 그는 웃기만할뿐 대답이없다

    "다음생까지 어떻게 기다릴수있을까 좀더빨리만나고싶은데 환생같은건 못하냐.."


    사진에 비친모습을 따라서웃어보지만 눈꼬리는이미 일그러져버린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보다 신이 이렇게 벌주는거보면.."

    "거긴 살만하냐 아픈것도 없을테지"

    "나없다고 딴놈한테 또... 꼬리치고다니지말아라 걸리면 가만안둬.."

    "감기도 잘걸리는데 자꾸.. 돌아다니지말고.."


    추억을 되새기듯 하나씩하나씩 입밖으로 꺼낼때마다 약속이라도 한듯 눈물도 함께 흘러내린다


    "다음생에는 아프지말고 사랑만하다.. 죽자"

    "가고싶은곳 먹고싶은거 다하고.. 질릴때까지 뽀뽀도하자"

    "윽..하..꼭 ..누가 먼저 떠나지말고 죽을때까지..함께하자.."

    "사랑해..."


    너와내가만난지 503일 나는 평소에 안내보던 짜증나도났고 항상 잘난맛에 살던 나에게도 무능력함이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만약 그를만나지않았으면 세상사는 법을 못배웠을것이고 사람으로 인해서 이렇게 아플수도있다는걸 몰랐을것이다
    아마도 난 이기적이게 살아왔던 나에게 신이 주신 최악의 벌을 받은것일지도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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