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폭상팔 2021. 3. 1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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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Gjtfj5DLNfs


 

짧은 입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1인실에서 지내게 되었고, 매일은 아니지만 종종 성백이와 윤지가 병문안을 와서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들으며 하루를 보냈다. 

 

또한, 길지 않은 입원 생활이지만 주변 사람에게 내 상황을 알려야겠다 싶어서 연락을 돌렸다.

 

 

일을 하고 있던 학원에서는 요즘 들어 잦은 휴가로 인해 곤란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빠른 회복을 빌어줬고.

 

부모님께는 감기 몸살로 인해 잠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고 말을 하자마자 찾아오겠다는 걸 겨우 말리느라 애를 먹었다.

 

 

그리고 작가님에게는..

 

그 이후로 연락이 오긴 왔지만, 그에겐 입원 사실을 숨겼다.

 

괜히 아픈 모습을 보였다가 또 이상한 오해를 받을까 봐..

 

나를 챙겨줬다가 작가님이 화를 당할 수도 있을 테고, 정확히는..

 

내게 해로운 일이 생길까 봐 무서웠다.

 

 

 

나만 다치는 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나로 인해서 곤란한 사람들이 생겨나는 걸 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위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알았다. 

 

내가 다치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일이란 걸 알게 된 이후로는 행동에 대해서 더욱 조심하기로 했다.

 

 

" 형, 약 발라야지. "

 

" 나 혼자서 할 수 있다니까.. "

 

" 얼굴 내 쪽으로 돌려봐. "

 

 

수열이를 다시 마주할 수 있었던 계기는 병문안을 목적으로 두 번째 밤에 홀로 찾아왔을 때였다.

손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안고서 나를 마주하자마자 미소를 짓는 모습 때문에 눈물이 터져 나올 뻔했다.

 

내가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었고, 마음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했어야만 했던 존재가 내 앞에 있다.

애써 괜찮은 듯 나의 안부를 묻고 나에게로 다가오지 않고, 가지고 온 짐들부터 내리는 모습에 내가 먼저 다가가 그를 껴안았다.

 

놀란 듯 어깨를 들썩이면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내 등을 꽉 껴안으며 토닥거리는 손길에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수열아.

 

내 욕심이 너무 커서 널 다치게 할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너에게서 도망가려고 했지만, 그게 좋은 선택이 아니란 것도 알아.

 

 

하지만, 아직 너무 두려운 걸. 

 

내가 널 평생 잃는다고 생각하면, 그 추운 날 바닥을 구르면서 너의 이름을 부를 수 없는 날이 오게 된다면, 내가 견디지 못할 것 같아.

 

그러니까 조금만, 네가 조금만 마음을 숨겨주면 안 될까?

 

 

" 형, 보고 싶었어. "

 

" 미안해. 미안, 윽.. 흐 미안해.. "

 

전하지도 못할 말들을 마음속에 품으면서 눈물만을 그에게 쏟기 바빴다.

 

내 눈물의 의미를 그가 알지 못할지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했다.

 

내가 많이 두려워하고 있는 사실들이 모두 너를 중심으로 이루고 있다고, 너의 존재가 결코 나에게 가벼운 존재가 아니기에 우리는 가까워져서도 멀어져서도 안 되는 사이라는 걸.

 

 

 

그 날밤 이후로 수열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을 내 병실에 찾아와 나의 곁을 지켜줬다.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면 누구냐고 물어보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려고 하면 누군지 물어보고.. 

 

이쯤 되면 병간호가 아니라 감시인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만, 아주 잠시 동안만은 불편함을 배제한 채로 그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 아! 따가워.. "

 

" 다 아물었다고 생각했는데 미안해. 아팠어? "

 

" 방금 따갑다고 말했거든. "

 

 

눈밭을 구르던 날에 얼굴에 잔상처가 많이 생겼고, 목에는 시퍼런 멍자국이 생겼다.

 

손바닥 또한 발버둥 치면서 바닥을 거의 긁다시피 해버렸기에, 많이 까져서 세수 또한 혼자 하지 못해 수열이가 대신해주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수열이를 만나는 모습이 추하다고 느껴져, 혼자서 준비를 해보려고 했지만 몸이 불편한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그저 모든 걸 수열이에게 맡기고 있다.

 

" 목.. 괜찮아? "

 

" 아 거울로 봤을 땐 멍이 서서히 빠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아프진 않아! "

 

 

목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수열이가 검지 손가락을 내게로 뻗더니, 천천히 목덜미를 쓸어내린다.

 

그가 목을 움켜쥘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훅 빼자 수열이가 한숨을 푹 내쉰다.

 

 

" 아, 아니.. 간지러워서. "

 

" 누군지 기억 안 나? "

 

" 응..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보이지도 않았고, 기억 잃고 난 이후는 병원에서 눈을 떴으니까.. "

 

수열이가 그때 이후로 범인을 찾느라 고생을 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범인을 말하게 된다면.. 

작가님의 귀에 들어갈 테고 점점 일이 복잡해질 것 같아서 그에게 숨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 하아.. 찾아서 꼭.. "

 

" 그냥.. 그냥, 없었던 일로 하고 지내면.. 안.. "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나와 눈을 마주하는 수열이 때문에 더 이상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 더 말하면 진짜 형이라도 가만 안 둬. '라는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어떻게 말을 꺼내겠는가..

 

" 나 정말 괜찮아 수열아. "

 

" 내가 안 괜찮아. 그리고 형이 이렇게까지 다쳤는데 어떻게 넘겨. "

 

" 나 너 고생하는 거 보기 싫단 말이야.. "

 

" 고생이라고 생각 안 해. 형이 할 수 없는 일을 내가 하는 건데 뭐가 고생이야. "

 

" 그걸 고생이라고 하는 거야.. " 

 

" 형이랑 관련된 일을 하는 게 왜 고생이야? 나한텐 나의 일과도 같은데. "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녀석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느껴져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건지 가까이 다가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 예뻤어? "

 

" 뭐, 뭐가. "

 

" 나 차 놓고.. 왜 좋아하는 티를 내, 형? "

 

" 내가 언제.. 찼다고! "

 

 

더 이상 마주 보고 있으면 휘말릴 것 같아서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자, 이번엔 수열이의 손이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와 깍지를 낀다. 

 

 

" 씻을까? "

 

" 씻을 때가 되긴 했는데.. "

 

" 같이.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밀쳐버리곤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자꾸만 마음을 다잡겠다고 생각했던 건 본인인데, 자꾸만 들어오려고 하는 수열이 때문에 정신이 없다.

 

반대편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니, 밴드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얼굴은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졌고..

 

" 섰.. 섰 " 

 

똑똑 -

 

" 잠, 잠깐만. "

 

" 혼자 못 씻으면서 왜 들어갔어. "

 

" 잠깐만 수열아, 제발 잠..! "

 

 

왜, 화장실에 잠금장치가 없는 건데!?

 

다급하게 온 몸으로 막아보려고 했지만, 운동도 하지 않는 내가 체대생 수열이의 힘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결국 활짝 열려버린 문으로 인해 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았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수열이와.. 다리를 벌리고 있는 채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 형..? "

 

" ... "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다리를 오므리고 있으니 수열이가 풋 하고 웃어버린다.

 

어린 동생 앞에서 이런 포즈로 있는 것도 쪽팔리지만, 외부의 자극도 받지 않았는데 말 한마디에 반응해버린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 나.. "

 

" 응? "

 

" 나가라고!! "

 

" 알았어, 형 그리고 밥 왔어. "

 

" 알겠으니까..! 나가라고! "

 

" 손, 깨끗하게 씻고 나와. "

 

 

문이 닫히자마자 그가 했던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아서 얼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안 본 사이에 자꾸만 능글거리게 구는 녀석 때문에 심장이 남아나질 않는다.

 

내가 이런 취향인가? 

겨우 말 몇 번에 혼자서 흥분이나 하는 사람이 돼버린 거냐고 민시형..

 

 

어찌 됐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처지에 이상한 오해.. 아닌 오해까지 받아버렸으니.

 

최대한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들을 전환시키기 위해서 벽에 기대어 생각을 지웠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려서는 안 되는 마음 가짐 등을 생각해보니 

흥분뿐만 아니라 기분 또한 가라앉는 것 같았다.

 

어찌 됐든 난 수열이와 이뤄질 수 없는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되었으니.. 

정말 이렇게 살다가는 언젠간 조울증에 걸리고 말..

 

" 형, 밥 식는다니까. 아직 못 끝냈어? "

 

" 애초에 안 했어. "

 

" 밥 먹고 도와줘? "

 

" 너 진짜 죽고 싶지.. "

 

 

마음이 다 잡히다가도 저렇게 장난기 넘치는 녀석을 보고 있으면 연인의 감정이라기 보단, 편하고 동생 같은 면이 또 보여서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 하아.. "

 

" 맛없어? "

 

" 너 때문에 미칠 것 같아서. "

 

" 난 이미 형한테 미쳤는데, 언제 미치나 기다리고 있었지. "

 

" 진짜 못하는 말이 없어 얘가. "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응하는 녀석이 얄미워 쥐고 있던 숟가락으로 입술을 푹 찌르니, 입에 닿는 부분을 혀로 낼름 핥는다.

 

그걸 또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다시 밥을 떠먹는 날 알아차리고 아차 하는 순간, 앞에서 히죽거리면서 웃고 있는 수열이가 보인다.

 

" 간접키스. "

 

" 하아.. 최수열.. 내가 진짜 생각이 없어서 너랑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 "

 

" 나랑 있을 때 무슨 생각해? 그냥 내 생각만 해주면 안 돼? "

 

" 너를 계속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

 

" 난 형이랑 행복해질 생각만 하는데, 형은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날 밀어내는 건지 모르겠어. "

 

듬직한 것 같으면서도, 나의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내 앞에 있는 녀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만약 내가 생각하고 지향하는 바가 같다면, 날 기다려 줄 수 있을까? 

 

만약 무턱대고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억지를 부린다면, 나는 정말로 수열이에 대한 마음을 접고 그와 멀어져야 하는 걸까?

 

수많은 고민이 꼬리를 물지만, 그래도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말할 수 있을까 싶어서 숟가락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봤다.

 

 

" 최수열. "

 

" 네. "

 

" 나는 말이지.. 너를 어릴 때부터 봐 왔던 사람으로서 너를 가족으로 느끼고 있어. "

 

" 부모님도 가족이고, 둘이서 할 거 다 하잖아. 그럼 우리도 그런 가족 되면 안 돼? "

 

순간 욕이 나올 뻔했지만, 묵묵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 가족이니까, 너를 더욱 아끼고 있으니까 너와 사귈 수 없어. 나는 네가 바라고 생각했던 것만큼 좋은 사람이 아닐 거고... 나는 너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너를 다시는 못 본다고 생각하면 너와 더더욱 사귈 수 없어. "

 

" 왜 헤어지는 것부터 생각하는데?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잖아. "

 

" 네가 나에게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하는 것도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 이후에 네가 날 질려한다면.. 그리고 사소하게 싸우고 서로 감정이 닳아져서 서로가 보고 싶지 않아 진다면.. 난 그걸 버틸 자신이 없어 수열아. "

 

" 왜 나만 형에게 실망할 거라고 생각해? 형이 나한테 실망하는 날도 있을 텐데, 어떻게 형 혼자서만 모든 걸 다 받아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

 

" .. 너는 너대로 잘할 테니까. "

 

" 아니? 형은 나에게 기대하는 게 없는 거야. "

 

" 내가 너에게 기대하는 게 없을 리가 없.. "

 

" 그래서 내가 하는 행동들을 다 받아주려고 하는 것이고, 어떻게든 나에게 맞춰서 행동하려고 하니까. 결국은 내가 형에게 어려 보이니까. 그래서 형은 나에게 기대하는 것도, 그렇다고 실망하는 것도 없었을 거야. 항상 동생으로만 보고, 실망보다는 격려를 해줘야 하는 사람으로 보였을 테니까. "

 

수열이의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수열이에게 연애 감정을 느낀 게 아니라 가족애로서.. 동생으로서 보였기에 그와의 관계를 더욱 조심스럽게 여겼나?

 

그건 아니다. 

 

그저 수열이에게 실망을 받고 다시는 그를 못 볼까 봐 무서웠던 것뿐이지.. 절대로 그런 게 아니다. 아닌데.. 

 

 

" 어떻게 하면 형한테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일까 고민해봤지만, 애초에 처음부터 우리가 어릴 때 만나지 않았더라면 괜찮았을까 생각도 많이 했어. "

 

" 네가 없는 어린 시절이 내게 존재할리가 없잖아. "

 

" 마냥 형에게 안겨서 지내던 시절을 후회했던 적은 없었어, 근데.. 지금은 많이 후회가 돼. "

 

" 수열아.. "

 

" 보살펴줘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대고 싶고.. 언제든지 두근거릴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

 

작게나마 어깨가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혼자서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변화하는 것은 없었기에 나를 좋아하는 수열이 입장에서는 애가 많이 탔을 것이다.

 

동생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연인으로서 그리고 한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가끔은 과거가 미웠을 것이고 마음을 못 알아주고 자꾸만 도망가려고 하는 내가 미웠을 것이다. 

 

우리는 정반대의 마음을 가지고 서로 고민을 해왔던 것이다.

 

가족이라는 틀을 지키려는 자와 그 틀을 깨려는 자.

 

" 그게.. 지금은 안 되는 건가 봐. 아니, 형을 보면 앞으로도 나에겐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 "

 

" .. 수열아.. "

 

" 다가가고 싶어, 만지고 싶고,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근데 그게 안돼. "

 

수열이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내 마음 안으로 흘러 들어와 큰 웅덩이를 만드는 것 같다.

 

눈물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웅덩이에 돌을 던지듯이 마음이 무거워진다.

 

늘 어른스러운 척 그의 곁을 지키겠다고 하지만, 이런 눈물 하나에 마음이 약해지고 눈 앞에 있는 수열이를 도와줄 수 없다는 생각에 자책을 하게 된다.

 

역시, 나는.. 너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 수열아. "

 

젖은 눈가가 나와 눈을 마주한다.

 

상처를 받은 너를 내가 안아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내가..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까.

 

" 형이.. 더 강해질게. "

 

" .. 무슨.. "

 

" 내가 너무 약해서 그래. 내가 널 다 안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아니, 사실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서. 너라는 사람이 내 안을 가득 채우면 겁부터 먹을 사람이라서 그래. "

 

" 형이.. 그걸 왜 다 혼자서 하려는 건데. "

 

" 널 더 사랑하고 싶어서. 내 두려움에 스스로 잡아 먹히는 사람보단, 너를 정말 많이 행복해지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라서.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이제야 내 마음을 알았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아직은 너를 사랑하기엔 많이 서툴고 어린 사람이란 걸.

 

그리고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너는, 내 생각보다 많이 성숙한 사람이라는 걸.

 

 

울음을 겨우 그친 수열이를 한참 동안 품 안에 안고 등을 토닥여줬다.

 

내가 많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지금 이 시간부터 내가 널 많이 사랑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싶어서 더욱 꽉 끌어안았다.

 

 

 

자고 가겠다는 그를 어떻게든 달래서 집으로 보내고, 병실 안에 있는 짐을 대충 챙기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밤은 길었고 홀로였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어느 정도 정리를 하니 1인실이 더욱 텅 비어 보였고, 잠을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윤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 무슨 일 있어? 뭐 사다 줄까? '

 

" 그건 아니고, 나 부탁할 거 있는데 윤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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