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망상연재게시판/사랑하는 방법에 대하여 (조아라)

20. 내 손을 잡아준 사람이 당신뿐이라.

망폭상팔 2021. 3. 1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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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H9c42KyVCw0


" 내가 형을 좋아하니까. "

 

처음으로 그에게 나의 진심을 전했다.

 

평생  ' 좋아해, 형 없이는 지낼 수 없어, 난 형이 좋아 ' 등등의 어리숙한 고백들로 내 마음을 포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와 닿을 때마다 온몸이 뜨거웠고 마음은 델 것 같이 울렁거렸다. 

 

더 이상 말하지 않으면, 그에게 나의 진심을 전하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속을 드러내서라도 이게 나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마음을 접는다는 것?

그딴 건 형을 만나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잠시 시간을 가지면 가지는 것이고, 아주 잠깐이라도 피해 있으면 숨어서 그를 지켜보는 게 나의 삶이니까.

 

마음은 커질 대로 커졌고, 욕심은 질리도록 많아지기 시작했다. 

 

" 수열아 제발.. 나, 너랑 멀어지고 싶지 않아. "

내가 고백하는 게 왜 멀어지는 거야 형? 

 

그토록 원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던 고백인데, 형이 왜 그런 표정을 하고 내게서 멀어지는지 나는 이해가 안 돼. 

 

 

 

" 형.. "

 

나는 형을 놓을 생각이 없고, 형과 멀어질 생각이 없는데.. 어째서 형은 내게서 한 걸음씩 멀어지려고 하는 거야?

 

분명 그와 함께 있을 때는 한겨울이라도 춥지 않았고, 얼굴을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열기가 솟아올랐는데..

 

어떤 이유든 그가 없는 지금은.. 지독하게 춥고 지독하게 외롭다. 

 

 

 

몇 번이고 형이 다니는 길을 서성이고, 그가 일을 하는 학원에서 그가 퇴근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주변 카페에 앉아 멍하니 퇴근 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보고 싶지 않았던 그 사람과 있었을 때 아주 조금이라도 미소를 담고 있는 형의 모습을 봤을 땐, 자리를 박차고 무작정 형의 집으로 향했던 적도 있었다.

 

 

형이 집으로 온다면 형을 무조건 붙잡고 나를 선택하라고 해야지. 

 

형을 내 손에 얻을 수 있다면, 당신이 나에게 멀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을 해야지.

 

형이 내 것이 될 수 있다면.. 난 형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줘야지.

 

 

형이 오기 전까지는 그를 소유하겠다는 욕망에 점점 들끓어 올랐지만, 그가 늦게 귀가하는 모습을 보고 끓어올랐던 화가 삭아 들어갔다. 

 

그 사람과 자고 올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집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에 바보 같이 안심을 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형이 그 사람에게 완전히 자신을 내어 주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을 따라다녔다. 

 

형을 마음먹고 따라다녔을 땐, 이상하게 조윤과 마주치는 날이 많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가 나에게 품고 있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사실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내게는 형 외에 아무것도 존재할 이유가 없으니까. 

 

무시하고 그의 곁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지 다 할 생각으로 그를 따라다녔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한밤중에 사고가 나서 팔이 부러지든 그건 정말로 아무 상관없었다.

 

 

형을 따라다닌 지 4일째 되는 날, 홀로 술을 먹고 취한 건지 눈 앞에서 비틀대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곧 넘어지겠다 싶어서 결국 거리를 좁혀 형을 부축하려고 다가간 순간 몸에 강한 충격이 느껴지고 정신을 잃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배달을 가고 있던 오토바이와 횡단보도에서 충돌을 했다고 들었다.

 

사실 아프다는 생각보단, 형이..

 

그가 그 몸으로 어떻게 집에 들어갔을지 걱정됐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의사에게 이야기를 듣고 당장 성백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가지 못하는 상황과 더불어서, 당장 형 집으로 가서 그가 도착했는지 알아봐 달라고 간절하게 요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성백이가 내가 있는 병원으로 왔고, 오자마자 시원하게 욕을 싸지르는 녀석 때문에 결국 병실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 씨발.. 사람 구실 좀 하고 살아. 형이 이 모습 보고 좋아서 너한테 다시 오겠냐고. "

 

" 불쌍하면 다시 와서 곁에 있어주겠지.. 그리고 네가 뭔 상관인데. "

 

" 시형이 형도 너랑 똑같이 사람 구실 못하고 있어서 그런다. "

 

" 잘 챙겨달라고 했는데 왜 약속을 못 지켜 성백아. "

 

" 아니, 내가 맨날 시형이 형 옆에서만 지내는 것도 아니고 장난하냐..? "

 

" 당연히 진심이지. " 

 

 

형이 잘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는 안심이 돼서 그런 건지, 이런저런 농담이 나왔다.

 

교통사고를 당한 주제에 잘도 쳐 웃는다는 말에 더 웃으려다가 어깨가 불편해서 결국 팔을 떨어트리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 최수열. "

 

" 왜. "

 

" 무슨 일 있었냐? "

 

무슨 일이 있었냐는 성백이의 말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은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형 이야기에 쉽게 약해지고 투정을 부렸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형과 나 사이의 일들은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남에게 말한다고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성백이를 못 믿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형에게 도움을 구하는 순간..

또 그 앞에서는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나약한 어린아이로 보일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

 

 

 

" 그냥, 오늘 있었던 일 형한테 말하지 마. "

 

" 왜. "

 

" 형이 또 신경 쓸 거 아냐. "

 

" 말 안 하고 나중에 들켰을 땐, 더 신경 쓰이겠지. "

 

"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

 

" 너 답지 않게 왜 그러냐? "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 나 다운 게 뭔데? '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구식적이고 되게 없어 보이는 대답이긴 하지만, 스스로 나 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형을 무작정 따라다닌다고 그가 나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질 리가 없다.

 

변해야만 했다.

 

형에게 그저 동생이 아니라, 기댈 수 있는 어른으로 보여야만 했다.

 

 

 

-

 

 

 

병원에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회복 속도도 굉장히 빨랐고 어깨나 다리를 사용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 퇴원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또한, 병원에 있으면서 조윤에게 고백을 받기도 했다. 

나에게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얼핏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내가 받아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매일 찾아오면서 나를 간호하는 그의 모습에 잠시 마음이 흔들릴 뻔했던 적도 있지만, 지금까지 간직하고 노력해왔던 마음을 쉽게 누군가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았다.

 

퇴원을 한 후에도 어김없이 형의 곁에서 맴돌았다. 

 

그에게 어떻게 하면 어른스럽게 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날 받아줄까 수 없이 고민을 해봐도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멀어지는 듯한 느낌에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 눈 많이 오네.. 오늘 우산 안 가지고 갔던 것 같은데. "

 

눈이 오는 날씨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형과 함께 눈을 맞으면서 놀았던 기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하늘에서 포근하게 내리는 눈을 보며, 오늘 그에게 우산을 건네면서.

잘 지냈냐고, 아픈 곳은 없냐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건네볼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늘 사람들은 생각대로 될 거라는 착각을 하기 마련이었다.

 

 

학원가에 도착했을 때, 불이 켜져 있는 3층을 보곤 문 앞에 우산을 두고 잠깐 편의점으로 가서 따뜻한 캔커피를 사 왔다.

 

다시 돌아왔을 때 불이 꺼진 창을 바라보며 서둘러 학원가로 향했고, 로맨틱할 줄만 알았던 오래된 만남은.. 

 

" 컥, 헉, 헉.. "

 

" 겨우 이렇게 쉽게 사라질 거면서.. 누굴 가지려고 그래? "

 

차가운 눈 밭에서 발버둥도 치지 못 한채 목을 졸리고 있는 형을 마주하게 됨으로써 최악의 순간이 돼버렸다.

 

 

 

" 너, 씨, 발 누구야. "

 

" 아악!! "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형의 목을 조르고 있던 그 새끼의 머리통에 캔커피를 냅다 던지고 쓰러지자마자 죽도록 팼다.

 

' 그냥 죽어. '

 

' 죽어버려. '

 

' 네가 뭔데. '

 

네가 뭔데 내가 손도 대지 못하는 사람을 함부로 해.

 

 

이성을 잃고 내 아래에 깔려 있는 사람을 한참 동안 패고 있을 때 즈음, 눈 밭에 쓰러져 있는 형이 떠올랐다.

 

황급히 다가가 형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눈조차 뜨지 못하고 차가운 바닥에서 겨우 옅은 숨만을 붙잡고 있었다.

 

" 형.. 혀엉.. "

 

제발, 제발 형..

 

 

 

' 수열아, 난 눈 오는 날이 너무 좋아. '

 

' 형이 좋으면 좋지만.. 너무 추운 걸. '

 

'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서로 붙어만 있어도 짜증이 나지만... '

 

꼬옥 - 

 

' 겨울에는 서로의 온기로 인해 붙어있을 수도 있고, 이렇게 따뜻해질 수도 있는 걸. '

 

 

 

 

" 제발, 제발.. 민시형 제발.. "

 

더욱 거세지는 눈보라 때문에 내 앞에 있는 형이 보이질 않는 건지, 아니면..

흐르는 눈물 때문에 형이 흐릿하게 보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빨개진 볼 위로 떨어지는 눈물이 눈 인지도 내 눈물인지도 알 수 없다. 

 

" 형.. 형.. "

 

그를 애타게 불러봐도 대답이 없어, 당장 성백이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으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주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그가 다급하게 다가와 형을 택시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고, 형을 이렇게 만든 범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지만 언제 도망갔는지 모습 조차 보이지 않았다.

 

당장 주변에 있는 CCTV와 블랙박스를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CCTV 또한 작동한다는 표지판만 세워져 있었지,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허무했고, 공허했다.

 

아무리 그 사람을 죽어라 패도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통증이 없던 어깨와 팔조차 다시 아픔이 느껴지고 점점 조여 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무능해서 내가 당신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 김성백.. 경찰서 다녀올 테니까, 곁에서 형 잘 지켜. "

 

" 너무 무리하지 마. 그리고 형 정신 차리면 바로 연락할 테니까. "

 

" 알았어. "

 

 

걸었던 전화를 끊고 주변에 있는 경찰서를 찾아, 될 수 있는 한 주변 CCTV를 조사할 수 있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의 무능력을 지금까지 경험해 봤다면, 이제는 그의 곁에서 그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만 했다.  

 

 

이젠 내가 당신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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