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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감기 걸렸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하여

망폭상팔 2021. 1. 1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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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Bl0W6ofoO-I

하루에 1만자씩 쓰려니까 뇌가 아프네요. 쉬엄쉬엄 해야지..

켈록.. 켈록 -

 

눈을 떴을 땐 어째서인지 수열이 품에 안겨 있었고, 불덩이 같이 뜨거운 몸 때문에 잠을 뒤척이길 몇 번 반복했다.

깨질 것 같은 머리와 비몽사몽 한 채로 눈 앞에 흐려졌다 선명해졌다 반복하기를 몇 번.. 

 

수열이가 내 눈 앞에서 왔다 갔다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옷을 입는 소리에 일어나서 챙겨주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몸이 너무 무거워서 일어나기는커녕 입 밖으로 소리를 내기도 힘들었다. 

 

" 으, 으.. "

 

어제 돌아다녔긴 했지만, 그렇게 춥다고는 생각 안 했는데 결국 감기에 걸렸나 보다.

오늘이 주말의 끝이기 때문에 수열이랑 함께 있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나약한 몸으로 뭘 해야 할까.

 

" 하아.. "

 

연약한 몸 때문에 속상하다가도 눈을 떴을 때 수열이가 보이지 않아 조금 서러워졌다.

말이라도 하고 나가주지 어딜 간 거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수열이를 불러보지만, 역시나 집 안에 있는 사람은 나뿐인 것 같다. 

상체를 천천히 일으켜 세운 뒤 물이라도 마시기 위해 천천히 침대 밑으로 내려왔다. 

 

어제 분명 술을 마셨는데, 수열이가 다 치운 건지 테이블 위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수열이를 재미있게 해주고 싶었지만, 결국 술만 먹고 영화만 보다가 그러다 술에 취했고.. 어떻게 됐더라..

 

" 으.. 머리 울려.. "

 

아무것도 모르겠다. 지금은 물이 마시고 싶은 걸.

 

투명한 유리컵을 들고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서 한 모금 들이켰다. 

아직도 몽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소파에 기대어 수열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수열이 집이기도 하고, 볼 일을 보러 나갔다고 해도 언젠간 그가 올 테니까.

 

" 수열이.. 어디 간 거지.. "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곗바늘 소리를 들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 아플 때 혼자 있으면 서럽잖아. '

 

문득, 어렸을 때 수열이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 수열이가 심한 독감을 앓아서 학교를 가지 못 했을 때였다.

 

아저씨 아줌마는 맞벌이 부부라서 당연히 일을 나갈 수밖에 없었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버티고 있던 수열이를 간호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수열이에게 찾아가 병간호를 해줬었다. 

 

형도 감기에 걸리면 어떡하냐는 말을 하면서도, 내가 와줬다는 생각에 편하게 눈을 감고 잠에 드는 수열이를 보며 물수건을 머리 위에 올려주고 해 줬던 말이다. 

 

' 형은 괜찮아. 감기를 나누면 덜 아플지도 몰라..! 그리고 혼자 있으면 서럽잖아. '

 

그 말을 믿고 내 손길에 잠이 든 수열이.. 그리고 그다음 날 나 역시도 감기에 걸려서 둘 다 학교를 가지 못 했다.

그 당시에는 학교 가는 게 재미있어서 못 간다는 말에 시무룩했지만, 그래도 수열이와 함께 감기를 나눴으니 수열이가 덜 아플 거라는 생각에 기침을 하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짓었던 적이 있다.

 

수열이가 먼저 회복하고 나서는 우리 집에 오겠다고 떼를 써서 부모님이 곤란해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를 많이 따르고 나 또한 수열이를 많이 아꼈구나.

 

켈록, 켈록 - 

 

거실이 많이 춥기도 하고 냉한 기운 때문에 기침이 더 심하게 나오는 것 같다.

일어나서 다시 침대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데.. 몸에 힘이 없어서 자꾸만 눈이 감긴다.

여기서 자면 수열이가 놀랄 텐데.. 

 

눈 앞이 점점 어두워졌을 때 즈음 현관문이 열리고 수열이가 내게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한숨을 푹 내쉬더니 무리 없이 나를 안아 들고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나를 옮겨준다.

 

" 혀엉.. 약 먹고 자자..  "

 

" 어디, 쿨럭.. 다녀왔어? "

 

" 약 사러 다녀왔어. 주말이라 약국도 안 열고 주변 편의점에는 없어서.. 시간이 좀 걸렸어. "

 

눈이 자꾸만 흐려져서 눈에 힘을 주고 수열이를 바라봤다.

아침부터 형이 고생시켜서 미안해.. 밖이 많이 추웠는지 얼굴과 볼이 붉어져있다.

손을 뻗어 얼굴을 쓰다듬자 그대로 자신의 볼을 부비는 모습이 강아지 같다.

 

" 약 먹자. "

 

" 응.. 미안해 고생시켜서.. "

 

걱정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본 수열이는 미안하다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내 입 앞으로 종합감기약을 가져다댄다. 

마시는 약이라서 무리 없이 먹었지만, 그래도 약은 약인지 맛은 없다.

 

" 그냥 침대 위에 누워있지 왜 나와 있었어.. "

 

" 네가 안 보여서.. 그리고 목도 말라서.. "

 

" 조금 더 빨리 올 수 있었는데.. "

 

" 말도 없이 사라져서 깜짝 놀랐잖아.. "

 

" 미안해. "

 

날 위해서 나갔다 온 거면서 뭐가 미안하다고 그러는 건지.. 오히려 고생시켜서 사과할 사람은 난데..

수열이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는 그를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고맙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 등을 토닥여줬다.

 

" 수열이가 약도 챙겨주고 이렇게 간호도 해줘서 너무 좋은 걸.. "

 

" 아플 때 혼자 있으면 서럽다고 형이 그랬잖아.. "

 

" 기억하네? 엄청 어렸을 때인데.. "

 

" 형이 했던 말들은 다 기억하고 있는 걸 " 

 

예전에는 수열이는 나에겐 가족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지켜줘야 할 또 다른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수열이는 나를 일으켜주는 등불이자,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 같다. 

 

예쁜 말만 해주고, 물과 햇빛을 골고루 받은 나의 소중한 화분 같다고 해야 할까.

마주 보고 있는 시선에서 사랑이 느껴지고, 소중함이 느껴지는 사람은 처음이다. 

 

" 켈록, 아- 수열아.. 형이랑 같이 있으면 감기 옮을 것 같은데. "

 

" 괜찮아. 옮기면 덜 아플지도 모르지. "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읊어주는 수열이 때문에 웃음이 나왔다.

저런 건 배우지 않아도 되는데 

 

" 씁.. 형은 수열이가 아픈 거 싫단 말이야. "

 

" 나도 형이 아픈 거 싫은데..? "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수열이를 도저히 밀어낼 수 없었다. 

나에겐 지독한 감기라도, 수열이 몸은 튼튼하고 건강할 테니까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 같이 있어도 되는 걸까.. 

 

" 그럼 형 마스크 끼고 있을 테니까.. 마스크 좀 가져다 줄래? "

 

" 마스크 없는데.. "

 

" 그럼 수열이랑 마주 보고 이야기 못 하는데.. "

 

" 그럼, 같이 걸리면 되겠네.. "

 

아, 아니 수열아 말이 왜 그렇게 튀는데..? 

너 아픈 거 보기 싫다고 말한 지 5분도 안 지났는데, 감기를 기어코 걸리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니 지금?

 

" 한 명만 아프면 되는 거지 뭘 두 명씩이나 아파.. "

 

" 감기는 옮기면 낫는다고 했어. "

 

저 대사는 어제 수열이랑 함께 봤던 로맨스 영화에서 나온 대사다.

영화를 보고 있을 땐 진부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까 왜 가슴이 떨리는 거지..? 

 

" 그거 다 뻥이야.. 안 옮겨지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

 

 

 

푹신 -

 

갑작스러웠다.

 

내 품에 안겨 있던 수열이가 힘을 실어 나를 침대에 눕히고, 가만히 날 내려다보고 있다. 

벗어나려고 했지만, 두 손이 언제 잡혔는지 수열이의 손안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천천히 나에게 가까워지는 얼굴을 마주할 수 없어서 눈을 감고 말았다.

 

"...? "

 

영화를 보면 이런 상황에 입을 맞추지 않나? 하지만, 입에 느껴지는 것도 없고 닿는 것도 없어서 

뭔가 싶어서 눈을 살짝 뜨자, 바로 내 눈 앞에 와있는 수열이와 눈이 마주쳤다. 

 

" 그.. 읍! "

 

입을 열어 ' 장난 그만치고 내려와 '라고 말하려는 순간 수열이의 입술에 의해서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내 입술 위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몸이 굳어지고 말았지만, 천천히 내 뒷목을 잡고 주물러주는 수열이 덕분에

온몸에 들어간 힘이 천천히 빠지면서 몸이 나른해진다.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기침 때문에 잠깐 입술을 떼더라도 다시 밀어 붙어오는 수열이 때문에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입술을 계속 맞대고 입 안을 탐하기 바빴다. 

 

하지만, 곧이어 내 티셔츠 안으로 들어오는 손 때문에 안간힘을 써서 그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감기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걸까?

 

 

" 수, 수열아 잠깐만..! "

 

" 혀엉.. "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수열이가 앓는 소리를 낸다. 

하지만, 상기된 얼굴과 거친 숨소리를 내며 날 내려다보고 있는 그가 낯설다. 

 

지금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그저 확 김에 했다고 할 수 없는 이 행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그리고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너의 눈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는 건지.

 

지금의 난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문제는..

방금 수열이랑 했던 입맞춤이 기분이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면 안 되는 거지만, 아무리 애인을 만나고 싶고 외롭더라도 수열이만큼은 건들면 안 됐는데..

 

자괴감이 들었다.

 

그리고 무서웠다.

 

만지면 안되는 물건에 손을 대고 어른들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 한 마음으로 주변 눈치를 보는 아이처럼,

앞으로 너와 내 사이에 작은 흠이라도 생길까 봐 무서웠다.

 

" 혀엉.. 내가, 미안.. 해. "

 

그 순간, 작게 들려오는 흐느낌을 듣고 자괴감에 빠져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좌절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나와 입을 맞췄는지 알 수 없지만, 수열이가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 나에게 이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도 날 먼저 생각해주는 사람이니까. 

 

" 혀엉.. "

 

무슨 일이 일어났든 간에 난 이 눈을 피하지 못할 것이며, 그와 동시에 수열이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못 할 것이다. 

 

그 잠깐 사이에 얼마나 울었던 건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들이 너무 안쓰러워, 입고 있는 옷을 끌어올려 옷소매로 그의 눈가를 톡톡 닦아줬다. 

 

" 괜찮아, 울지 마. 뚝 해야지 뚝. "

 

그의 눈에서 흐르는 모든 눈물들이 아까워 내 옷소매로 닦아줬다. 

정확하게는 닦아주면서 내 마음에 오늘 있었던 일을 담아뒀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내가 감정을 부여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흔들리지 않고, 이 자리 그리고.. 이 관계를 그대로 지키면 되는 일이다. 

 

" 형.. 미안, 해.. 나 싫어, 하지, 윽.. 마 " 

 

" 형이 수열이를 왜 싫어해! 다 형 도와주려고 그런 거잖아? 형은 수열이 절대로 안 미워해. " 

 

아직도 흐를 눈물이 있는 건지 끊임없이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를 닦아주고 나서야 그를 꽉 끌어안았다.

한없이 넓은 등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내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작은 아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던 거다.

 

" 혀엉.. "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나를 꽉 끌어안는 수열이가 나로 인해 상처 받고,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 수열아. "

 

" 응..? "

 

앞으로 형이 알아서 잘할 테니까, 네가 날 만났을 때 불편한 감정 없었으면 좋겠어..

형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다 아낀다고 해도, 너는 나의 또 다른 가족이잖아.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도, 형이 널 놓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말인데.. 사실 너도 날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 형이 우리 수열이 너무 아끼고 많이 사랑해 "

 

" 나도 사랑해.. "

  

" 그러니까 울지 마. 그리고 너 내 감기 옮아가겠다 이제? "

 

" 형이 안 아프면 좋겠어.. "

 

" 등치만 커서.. 울지마 뚝 "

 

하는 행동은 왜 이리 아이 같고 귀여운지.. 

우는 수열이를 달래느라 어느새 죄책감은 뒤로 밀려난 지 오래다.

 

실수가 아니라 또 하나의 추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사이가 이런 걸로 변화돼서는 안 되는 거니까.. 

 

" 너 덕분에 감기고 뭐고 다 날아갈 것 같아! 걱정 말고 오늘은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 "

 

" 내가 같이 있으며 안 돼? "

 

 

같이 있고 싶다는 수열이를 억지로 밀어내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이 상황에서 같이 있기에는

구석에서 자리 잡힌 수열이를 향한 작은 감정들이 불편하다.

 

더 이상 수열이를 귀찮게 하고 싶지도 않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혼자 생각하고 싶으니까..

어떻게든 수열이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고, 다음 주 주말에 있을 과외를 준비하라는 말을 남기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집을 벗어나는 순간에도 수열이는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작은 점이 돼서도.. 그 자리에 서서 내가 떠나간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하아.. "

 

 

약을 먹고 내린 줄만 알았던 열이 다시 끓어오르는 것 같다.

긴장되는 상황에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는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더운 숨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온다. 

 

점점 흐려지는 정신을 붙잡고, 겨우 집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침대 시트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수열이의 체향이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하는 것 같다.

 

내일 아침 자고 일어나면 시트를 갈아서 끼우든가, 빨든가 해야겠다...

이렇게 지내다간 시도 때도 없어 수열이 생각에 마음을 제대로 굳히지 못할 테니까. 

 

 

' ♪ - ♩ '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더운 숨만 내쉬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수열이가 전화한 건가 싶어서 핸드폰 액정을 확인하자,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윤지였다.

 

안 그래도 이 심란한 마음을 윤지한테 말하고 싶었지만, 분명 그녀가 들으면 자신의 말이 맞았다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할게 뻔한데... 

 

 

" 여보세요.. "

 

" 여! 민시형! 어디 아파? "

 

" 감기 걸려서.. "

 

" 다 죽어가는 목소리네.. 오랜만에 만날까 했더니만 "

 

" 다음에 만나도 될까? 내일부터는 출근해야 해서 바쁠 것 같아.. "

 

" 알았다~ 몸 잘 챙겨! 매번 겨울만 오면 골골대는 놈이.. 이번에도 다를 거 없이 골골대는구나 "

 

" 너도.. "

 

매 겨울이 오면 늘 아팠던 건 맞지만.. 죽을 듯이 골골대지는 않았는데.. 

 

 

감기약이라도 다시 먹고 잠을 자야겠다 싶어서, 서랍장에 있는 종합감기약을 힘겹게 입 안으로 털어 넣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으니 잠이 쏟아져 온다. 

 

"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고3 예비 수업하니까 바쁠 텐데.. "

 

아침에 일어나서 말끔하게 다 나았으면 좋겠다. 

오늘 있었던 일이 지워지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지우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수열이를 남자가 아닌 동생으로 볼 수 있는 굳건한 마음이..

 

 

지잉 -

 

 

" 으응..? "

 

연락 올 곳이 또 있나 싶어서 핸드폰을 확인하자, 이번에는 이권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주말은 잘 보냈나요? '

 

' 네! 작가님도 주말 잘 보내셨나요? '

 

' 저는 시형 씨 없어서 좀 외롭게 보냈는데. 잘 보냈다니 다행이네요. '

 

 

수열이의 돌발적인 행동에 가슴이 뛰다가도, 이권도가 이런 식으로 나올 때마다 내 주변에 있는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수열이가 정말로 동생으로서 나에게 다가온다면, 이권도는 무슨 이유로 나에게 호감을 표하는 걸까? 

 

아니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좋아서 그렇기보단, 친구로서의 감정이 더 클 테니까.

 

'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같이 보내요! 작가님이 초대해주신다고 하셨잖아요 ㅎㅎ '

 

' 좋아요. 먹고 싶은 건 있어요? '

 

' 저는.. 음 가리는 거 없이 다 잘 ㅁㅓㄱ어요 '

 

 

꾸역꾸역 답장을 해보지만, 눈이 점점 감기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작가님한테 다음에 연락드린다고 해야 하는데.. 타이밍을 못 잡겠어. 

 

' 그럼 양식은 괜찮아요? 예전에 파스타를 좀 배웠는데. 해주고 싶어서요. '

 

' 좋아ㅏ요! '

 

작가님.. 근데 제가 지금 연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다음에 연락드릴게요.라는 말이 왜 이리 어려운 건지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눈이 감기고 말았다. 

 

 

지잉 -

 

' 또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준비할게요. '

 

지잉 -

 

' 시형 씨? '

 

지잉 -

 

' 바빠요? '

 

' ♪ - ♩ ' - 

 

몇 번의 반짝임 끝에 민시형의 핸드폰이 고요해졌다. 

밤이 깊어가고 방 안에 어둠만이 찼을 때, 그제야 눈을 뜨고 이권도의 부재중 연락에 답장을 했고 

아파서 답장을 하지 못 했다는 말을 들은 이권도는 몸 건강히 챙기라는 말과 곧 보자는 말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

 

" 자야지.. "

 

이번 주말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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