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망상연재게시판/사랑하는 방법에 대하여 (조아라)

10. 당신 곁에 있는 사람들은 몇 명을 치워도 안 사라지는지

망폭상팔 2021. 1. 1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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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gAJkUetwS4Y

사실 저는 수 입장에서 쓰는 것 보다, 공 입장에서 애타 미치는 모습을 쓰는 걸 좋아합니다. 

나만을 바라보고 있던 형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그의 시선 끝에 위치해 있는 사람을 향해 옅은 미소를 보였을 때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하하, 저건 또 어디서 기어 나온 놈일까.

 

" 작가님? "

 

꽤 당황한 형의 모습에서 그다지 반가운 사람은 아닌가 보다 싶었지만, 시형이 잠시 옷을 정돈하고 자신의 모습을 재차 확인하는 것에서 알 수 있었다. 

 

이번엔 저 새끼구나. 

 

 

" 잠깐만 수열아! 나 저분한테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올게! "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건 형이 알고 있는 최수열이 아니니까.

어차피 모두가 형을 떠나보내던 것처럼 저 사람도 형을 떠나보내겠지..

 

하지만, 나는 형을 떠나보내지 않을 거니까. 

 

다시 내게로 온다면 이번에는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제 기다리는 것은 지쳤으니까.

형을 직접 만지고 닿으면서 더 가까워지고 싶어 졌으니까.

 

민시형이 고개를 돌리고 그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손목을 붙잡고 내게로 그를 끌어당겼다.

나의 돌발적인 행동에 많이 놀란 것 같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내 것이다. 오랜 시간을 걸쳐서 서로에게 서로를 새겨온 사람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줄 수 있을까?

 

멀리서 시형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더욱 형에게로 다가가 격했던 움직임에 흐트러진 머리를 다듬어주며 그를 보며 방긋 웃어줬다. 

 

 

" 머리카락이 엉켜있어서.. 조심히 다녀와 기다릴게. " 

 

" 바로 앞인데 뭐..! 너무 걱정 말고 자리 잘 지키고 있어 이쁜 내 동생! "

 

 

내 얼굴을 다정하게 쓸어주곤 내게서 등을 돌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에게로 걸어간다.

둘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나랑 눈이 가끔 마주치는 저 사람이 묘하게 기분 나쁘다. 

 

몇 년을 그의 곁에 서성이며 그에게 들키지 않으려 거의 숨어서 학교 생활을 했었다.

형과 더 가까이 있고 싶어서 형이 다니는 학교를 왔고, 당연히 주변에 형을 아는 사람을 수소문해서 그를 찾아내

숨어 다니면서 그의 소식을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형은 이제야 날 만났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형의 소식을 알고 있었다는 걸 모르겠지. 

 

하지만 직접 닿고 싶고, 가지고 싶은 형이기에 숨어서 사는 게 갑갑하다고 생각이 들 때 즈음

가끔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형에게 들이댈 때마다 그들을 하나 둘 처리하는 것에 힘을 썼다. 

그리고 그런 놈들과 하는 연애는 별 다를 게 없었다.

늘 그렇듯 형의 연애는 항상 끝이 좋지 않았으니까.

 

 

서로 마주 보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형이 손을 가만 두질 못한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더니 나와 눈이 마주친다. 

 

보나 마나 저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는 말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남자에게 상기시키기 위해서겠지.

겨우 5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인데 그가 다른 사람과 있는 모습을 보니 점점 더 화가 나는 것 같다.

아마 형을 내 손으로 만지고, 안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애가 타는 거겠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멀리서 봐도 우물쭈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시형을 직접 가서 꺼내와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빠짐없이 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준건지 시형의 손에는 작은 상자가 하나 쥐어져 있었다.

 

" 형.. 날씨도 추운데 들어가자. "

 

" 앗, 미안해 많이 추웠지..! 어떡해 감기 걸리겠다. "

 

나보다 더 얇게 입고 온 사람인 데다, 몸도 약하면서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귓가가 빨개진 시형이 사랑스러워 당장이라도 입을 맞추고 싶지만, 그건 오늘 저녁에 해도 충분하다.

게다가 저 이권도라는 사람에게 시형과 함께 있는 시간을 1분 1초라도 주고 싶지 않았다. 

 

" 안녕하세요. 이권도 입니다. "

 

" 안녕하세요. "

 

" 시형 씨께 이야기 들었는데, 동생이라고 아끼고 보살피길래 학생인 줄 알았는데.. 성인분이시네요? "

 

" 형이 절 많이 아껴서 그렇습니다. 가족과도 같은 사람인데요. "

 

" 이야기 들어보면 가족보다 더 깊은 사이라고 느껴질 정도더군요. "

 

"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아주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눴지만, 실은 인사라는 보기 좋은 말로 포장된 서로를 향한 견제였다.

첫인상부터 사람 기분을 더럽게 만드는 타입은 또 처음이네.

 

"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형을 데리고 가도 될까요? "

 

" 두 분이서 지내고 있던 와중에 끼어든 제가 더 실례를 했군요. 죄송했습니다. "

 

본인이 실례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있지만,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잠깐이라도 형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 목적을 달성한 것인지 무슨 말을 해도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 다음에 뵐게요 작가님. "

 

" 오늘 연락할게요 시형 씨. "

 

" 네..? "

 

순간적으로 그들의 대화를 가로채 ' 네가 연락을 왜 하는데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고, 저 남자도 알아차린 것 같다. 이래서 눈치 빠른 새끼들은 재수가 없다.

 

연락하겠다고 개수작을 부리는 이권도의 말에 형의 눈이 또다시 흔들린다. 

 

우리 착한 형은 보는 눈이 이리도 없지.

형이 늘 착하고 순진하게 구니까 노리는 사람이 많은 거야 이래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형은 내가 지켜줘야 하는 걸.

 

" 그럼 수고하세요. "

 

" 앗, 수열아! 그, 작가님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

 

나에게 억지로 끌려오면서도 이권도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귀엽다고 해야 할지.. 눈치가 없다고 해야할지..

언젠간 그에게 그저 착한 동생이 아니라, 언제나 자신을 원하고 노리고 있는 남자로 볼 날이 와야 할 텐데.. 

 

아마 형은 직접적인 자극보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순진하게 구는 것에서 일어나는 일에 약한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깨울 줄 알았는데 이불을 들추더니 몸을 구경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꽤 큰 자극이라 참을 수 없었는데 차라리 참지 말고 눈 뜨고 덮쳐버릴 걸 그랬다. 

밖에 나오는 것보다 집 안에서 형이랑 뒹구는 게 더 좋고, 오늘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놈도 마주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아직 하루가 다 지나간 건 아니지만 형을 노리고 있는 대상을 직접적으로 만나니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아까부터 옆에서 내 눈치를 보느라 입도 못 열고 있는 형이 안쓰러웠지만 기분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언제까지 이렇게 화나 있을 수 없다.

형이 곤란하지 않게 그가 알고 있는 착한 동생으로 다시 돌아와야지.

 

 

" 형, 저기에서.. "

 

" 수열아.. "

 

" 응?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실 거라도 사고 들어가서 영화나 볼까 했는데, 살며시 내 옷깃을 잡는 형 때문에 뒤를 돌아보게 됐다.

그러고 보니 형이 내 걸음걸이에 따라오기 힘들었을 텐데 대놓고 화났다는 티를 내고 다녔네..

 

너무 오랜 시간을 방치하듯이 대화를 걸지 않아서 그런가 내 기분이 안 좋은 걸 알아차렸는지 내 눈치를 보며 겨우 입을 떼서 내 이름을 부르는 형이 조금은 안쓰러워 보인다. 

 

나는 형이 내 이름을 불러주고, 어느 때든 날 찾아준다면..

언제든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아직까지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사랑할 줄만 알지

자신을 향한 사랑은 눈치 채지 못 한 것 같다. 

 

그런 모습이 더 형 답지만 말이다. 

 

 

" 혹시 오늘 내가 화나게 했어..? "

 

" 그런 적 없었어. "

 

" 네가 화나 보여서.. 혹시라도 내가 실수했거나, 나랑 있는 시간이 불편했으면 말해주면 안 될까..? "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날 올려다보고 있는 형의 모습을 보니 심술이 부리고 싶어 졌다.

기분이 안 좋다는 빌미로 당장 집으로 끌고 가 뒷목을 쥐어 잡고 거칠게 키스하고 싶다고 말하면 형은 그대로 도망가버리겠지.

 

추잡한 내 욕망을 가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는 또다시 무해한 미소를 형에게 보여준다. 

망할 이권도랑 붙어 있는 걸 보면 화가 치밀러 오르지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 형이랑 있는 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 " 

 

" 다행이다.. 오늘도 너네 집에서 잘 거고 내일도 주말인데 수열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보내자. "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를 내 사랑은 ' 주말 내내 함께 하자 '라는 천연덕스러운 대답을 하곤 내 손을 잡는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뭔 줄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 집에서 영화 보고 싶은데, 저기에서 술이랑 먹을 것좀 사 가지고 가자. "

 

" 술? 괜찮겠어? "

 

" 응, 많이 안 마시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맥주 한 캔 정도는 괜찮아. "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익숙하게 안주와 맥주를 고르고 있던 그가 나를 다급하게 불러 가보니 

어렸을 때 자주 먹었던 과자와 여러 색을 띄우고 있는 맥주 캔을 품에 안고 있는 상태로 집지 못 한 과자 한 봉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 저거..! 집어줘 수열아! "

 

" 그 품에 안고 있는 걸 나한테 줘 형.. "

 

" 안돼 이거 내가 사줄 거야. 그리고 너 고생시키면 안 돼! "

 

그가 가리키는 과자를 집어 들고 보니, 형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였다. 

늘 먹다가 마지막에 남은 한 조각을 양보해줬던 형이 기억난다. 

그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먹었는데, 시간이 지나서는 그의 성격이 나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는 늘 양보를 하거나 지는 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에서야 형에게 뭐든 양보할 수 있지만, 형을 남에게 양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 형.. 무거울 것 같은데.. "

 

" 형 못 믿어? 나 되게 건강한 사람이야!! "

 

" 알았어 알았어.. "

 

결국 집 앞까지 형 혼자서 짐을 들고 왔다. 

이미 찬 바람에 손이 얼어버렸고, 많이 추웠을 텐데 힘들다는 소리 하나 하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온 형은

들고 있던 짐을 앞에 두더니 갑자기 내게로 손을 뻗어 내 두 볼에 가져다댄다.

 

 

" 완전 차갑지. "

 

눈웃음과 더불어 입꼬리를 살짝 올린 그의 입가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붉어진 볼이 사랑스러웠고 많이 추웠는지 색이 약간 빠진 입술은 그저 어여쁘기만 했다. 

 

" 응.. "

 

키스하고 싶다.

 

 

 

" 수열이 너는 엄청 따뜻하네.. "

 

" 내가 몸에 열이 많아. "

 

" 부럽다.. 난 겨울이 좋은데 몸에 열이 없어서 추워. "

 

" 안아줄까. "

 

" 응? 우악! "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내 앞에 있는 형을 그대로 번쩍 들어 안은채 침실 방 안으로 들어갔다. 

떨어질까 봐 내 목을 꽉 부여잡은 채로 나에게 의존하는 형을 보는 건 너무 행복했다.

 

사실, 형의 대답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들을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형이 대답한 응이 긍정의 의미가 아니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을 봤는데 그저 보고만 있으란 건..

 

 

" 진짜.. 반칙이잖아 형.. "

 

" 뭐라고? 웅얼거려서 안 들려 수열아.. " 

 

 

그를 껴안은 채로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침대 위에 그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 위로 천천히 올라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자 나와 같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곧이어 그가 눈을 옆으로 피한다.

 

추워서 볼이 붉어진 건지, 아니면 이 상황에 알맞게 반응한 변화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의 볼에 다시 손을 올리려고 했을 때, 벌떡 일어나더니 내 허리 틈새로 빠져나간다. 

 

 

" 갑자기 갈증 나서 술 먹고 싶네.. 수열이도 지금 마실 거지? "

 

" 응 형. "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속은 불을 삼킨 것처럼 뜨거웠다.

 

형을 덮칠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했다는 생각보다는 조금만 더 함께 있었더라면 형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거린다.

 

술상을 차리겠다는 형의 목소리에 옷을 서둘러 갈아입고, 옷을 빌려준다고 해도 기어코 집에서 챙겨 온 옷을 입겠다고 하는 형에게 방을 내어주고 마저 술상을 차리고 있는데 편안한 옷차림의 형이 소파에 앉아 영화를 재생했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앉아 그가 움직이는 대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까 있던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형과 함께 있다는 안정감이 이 곳에 공존했다.

 

 

" 이 영화 본 적 있어? "

 

" 예전에.. 교양에서 이거 보라고 했거든 그래서 과제 제출할 때 봤어. "

 

" 설마, 최교수님 현대 영화 교양? "

 

" 응 그거 들었어. "

 

" 와 진짜? 그거 진짜 재미없었는데.. 수열이도 들었구나. 아니! 그럼 나한테 말을 하지 도와줄 텐데! "

 

물론, 형이 그 과목을 들어서 나도 듣고 싶어서 들었다. 다만, 같은 학기에 들은 건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형과 공감을 할 수 있는 학교 생활을 하고 싶었으니까.

 

 

" 로맨스 영화로 저 영화 추천해주셔서 깜짝 놀랐잖아.. "

 

" 예전 감성이긴 하지.. "

 

" 그래도 저 때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그 당시에 사람들은 저런 행동에 설렘을 느끼고 사랑을 시작한다고 생각했겠지..? "

 

"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아무리 진부한 로맨스라도 그 사람들에겐 드라마틱한 순간일 테니까. "

 

 

내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들리지 않길래 형을 바라보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감정을 알려준 사람이 형이니까, 형이 날 이렇게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 

 

" 좋아하는 사람.. " 

 

" 응? "

 

" 수열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할 것 같아서.. "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이런 감정을 알려줘서 난 행복해. "

 

" 그렇구나.. "

 

본인을 이야기하는 줄도 모르는 채, 약간 시무룩해진 형은 손에 쥐고 있는 맥주캔을 급하게 마시더니 한 캔을 다 비우고 나머지 캔을 까더니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을 내게 속삭여준다.

 

" 늘 말했지만,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

 

" 난 지금 너무 행복한데? "

 

"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얻는 감정도 사랑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도 얼마나 기분 좋은데.. "

 

 

있지, 나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얻은 감정 하나하나가 소중하더라.. 이번에 만난 학생들도, 앞으로 만날 학생들도..

 

그리고 이번에 친해진 작가님도 나랑 놀아주는 윤지도 그리고 수열이 너도

다 각자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라 사랑 안 할 수가 없더라..

 

" 나만 조금만 더 소중하게 생각해주면 안 돼? "

 

그 망할 이권도를 언급하는 순간 또 화가 날 뻔했지만 참기로 했다.

 

" 물론~ 수열이가 여기서 가장 최고지! "

 

" 그럼 예전처럼 뽀뽀해줘 "

 

 

쪽 -

 

 

" 혀, 형.. "

 

" 그렇게 뽀뽀가 받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냐 으구.. "

 

안 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뱉은 말인데, 내 볼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에 몸이 얼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렇지 않게 이런 행동 하는 거 내게는 참기 힘든 순간들인데 형은 알고 있을까.

매번 이런 일이 있으면 주먹에 힘부터 주고 참아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왼쪽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오늘은, 오늘만은 괜찮지 않을까.

 

" 한 번 더 해주면 안 돼..? "

 

" 예쁜 짓을 해야 해 주지 ~ "

 

" 방금은 왜 해줬어? "

 

" 음, 어.. "

 

술에 취해서 충동적으로 한 행동이란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확인받고 싶었다.

내가 형에게 다가가고 싶었던 것처럼 형도 나에게 다가오고 싶은 건 아닌지.

 

지금 이 순간에 형을 눕히고 올라탄다면 우리 사이가 갑작스럽게 변할까?

직접적으로 묻지 않았지만, 이렇게 간접적으로라도 듣고 싶었다.

 

" 그게.. 말이.. "

 

" 형? "

 

털썩 -

 

어쩐지 술을 급하게 마신다고 했더니 과실주에 몸도 약한 사람이 금방 취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얼굴도 그렇고 몸에 열이 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오늘 나갔다 오면서 감기에 걸린 것 같다.

 

" 젠장할.. 그러게 작작 좀 붙잡고 있지. "

 

그래도 그 망할 이권도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무릎 위로 쓰러진 형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침실 방으로 향했고, 그가 깨지 않게 천천히 침대 위로 눕혔다.

 

살짝 올라간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매끈한 몸에 본능이 앞서갔지만, 그래도 아픈 사람을 겁탈할 생각은 없으니까.

 

" 형 사랑해. 잘 자. "

 

자고 있는 형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밖으로 나와 술상을 깔끔하게 치우고 나도 그의 옆에 기대어

아침에 그가 나를 관찰했던 것처럼 천천히 그를 눈으로 새겨 갔다.

과거엔 감히 내가 만질 수 없었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내 곁에 있다. 

 

" 형이 얼른 알아줬으면 좋겠어. " 

 

내가 형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그 누구도 원하지 않고 나에겐 형 하나뿐이라는 걸 얼른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 입으로 날 사랑한다고 말하고 오늘과 같이 입을 맞춰줬으면 좋겠어.

 

어디 돌아가지 말고 나에게 곧장 오길 바라며 색색 거리는 그를 내 품에 안은 채로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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