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거봐 아니랬잖아!
수열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갑자기 약속이 하루 앞으로 당겨졌다.
어쩔 수 없이 수열이에게 미안하다는 문자와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이권도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고, 골목길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 파스타 집이었다.
양식은 정말로 오랜만에 먹어보기도 하고, 처음 오는 곳이라 설렜던 나머지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새겨진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이권도가 다정하게 웃으며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시켜도 괜찮다고 말한다.
내가 뭘 골라봤어야 말이지.. 설마 같이 먹을 건 아니겠지? 그럼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어도 되는 건가..
이권도의 배려에 어색하게 웃으며 메뉴판에서 대충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을 골라 보여줬더니..
' 그건 좀 느끼해요. '
' 옆에 있는 파스타는 어때요? '
' 샐러드 소스가 좀 독해서 코가 매울 텐데 괜찮아요? '
라며 품평을 해주자 나도 내가 고른 음식을 거르기에 바빴다.
그래서 주문시킨 건 편하게 고르라는 이권도의 말과는 다르게 생판 모르는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나열되었고 불안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맛을 보기 시작했다.
옅은 주황빛의 소스를 품고 있는 파스타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먹자마자 부드러운 파스타 소스가 입 안에서 돌았고, 샐러드 또한 드레싱이 새콤달콤해서 자꾸만 손에 갔다.
일반 볶음밥처럼 기름기가 도는 필라프는 느끼할 줄 알았는데 전혀 느끼하지 않았고, 모든 음식들이 조화가 잘 되어 있었기에 앞에 누가 앉아 있는 것도 신경 안 쓰고 열심히 먹었던 것 같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소화제를 미리 먹고 와서 그런지 속에 부담이 없어서 음식들은 차곡차곡 계속 들어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 먹은 샐러드 그릇을 포크로 툭툭 치고 있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못 챙겨 먹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긴장해서 음식이 안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잘 먹기도 했고, 날 초대한 사람은 식사를 했을까 싶어 눈치를 보며 고개를 들고 이권도를 바라보자..
언제부터 날 보고 있었는지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 더 시켜줄까요? "
" 아, 아뇨.. 괜찮습니다. "
" 제가 음식을 즐긴다고 생각했는데, 시형 씨 먹는 모습을 보니까 부끄러워지네요. "
" 아.. 아뇨! 제가 더.. "
앞사람 생각 안 하고 열심히 먹은 제가 더 부끄럽죠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제야 부끄러움이 밀려 들어오는지
음식을 먹었던 입이 굳게 다물어 열리지 않는다.
" 더 안 먹어도 되겠어요? "
" 너무 오랜만에 먹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만 주문해주셔서 그런지.. 배부르게 잘 먹었는데.. 작가님은 드셨.. 나요? "
" 난 뭐, 시형 씨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를 것 같은데요? "
" 그럼, 커피는 제가 살게요.. 제가 너무 죄송해서.. "
" 나랑 2차까지 할 생각 하고 있었어요? "
" 네? 아, 그 그게 아니라! 작가님이 바쁘시면 어쩔 수 없고 그.. 제가 먹은 게 너무 많아서 죄송스러워서요. "
너무 당연스럽게 그와 카페를 가서 이야기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친구들하고도 밥을 먹고 늘 2차를 갔었으니까.. 습관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오고 말았다.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일정으로 바쁠 터인데 당연하게 나랑 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았어.
" 장난인데 그렇게 놀래니까 내가 더 미안해지네요. 밥은 그냥 점심 같이 하고 싶어서 부른 거고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카페 가려고 했어요. "
" 저랑 같이 있으셔도 괜찮아요? "
" 음? "
" 바쁘실 텐데.. "
" 원래 하루에 약속 두 개 안 잡아요. 말하자면.. 오늘 내 시간을 시형 씨께 다 투자하겠다는 말도 되겠네요. "
그에게서 보이는 능숙한 어른미와 행동 하나하나에 여유로운 게 눈길이 간다.
그와 만나기 전에 분명 윤지가 조심하라고 했는데, 사실 지금까지 뭘 조심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배려가 기본으로 깔린 사람들에게 조심해야할 것은
쉽게 마음을 열어 마음을 뺏기는 것 외에는 마땅히 조심해야할 것이 없을 거라 생각되는데..
아무쪼록 그녀가 조심하라고 했으니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게 좋겠다.
맛있는 점심을 해결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는 겸 수열이에게 온 연락이 없나 살펴봤지만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아직 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장해야 할 텐데..
자리를 정리하고 나오는 길에 결제를 하고 있는 이권도가 보였다.
아르바이트생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키 차이가 많이 나서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늘씬하게 뻗은 다리와 목도리가 일반 사람들과 다를 거 없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권도 얼굴이 작아서 그런지 목도리 안에 그의 얼굴이 파묻힐 정도였다.
코트 기장도 꽤 길어 보여 나 같은 사람이 입으면 발목까지 끌고 다니겠지..
길거리에서 지나가다 이권도를 본다면 어느 누구든 연예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캐스팅 제의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본인 커리어가 든든하게 있으니 공중파에 나오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겠지..?
어느 정도 그를 감상하고 문 밖으로 걸어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는데 계산이 끝난 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이게 영화였으면 로맨틱한 배경음악에 주변에 꽃이 날아다니겠지만, 이건 드라마도 영화도 아니고 현실이다.
우린 그저 이야기를 하려고 만난 거야.
같이 거리를 걸어가며 주변에 있는 카페를 둘러보고 있는데,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이상하게 눈이 자주 마주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 옆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거겠지..
" 주변에 맛있는 디저트 가게가 있는데 거기로 갈래요? "
" 설마 에그타르트랑 스콘 파는 곳인가요? "
" 어떻게 알았어요? "
" 저도 거기 엄청 좋아하거든요! 제가 사드릴게요! "
나는 남에게 신세를 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디어 그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해 그와 함께 카페 앞에 도착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카페 안에는 사람이 많았고, 우리가 앉을자리 조차 보이지 않아서 곤란할 때 즈음 누군가가 이권도를 알아보고 자리를 피해 줬고, 우리는 그분의 호의에 받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물론 자리를 비켜주면서 이권도가 싸인과 사진을 같이 찍어줬지만 말이다..
" 오늘 여러모로 작가님께 도움을 받네요.. "
" 밖에서 남들이 알아봐 줄 때 기분이 좋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곤란할 때가 많습니다. "
" 아.. "
그때 이야기를 이제 꺼내려고 하나보다.
난 죽어도 당신의 개인 사생활을 밖에 퍼트리지 않겠으며, 절대로 주변에서 이권도를 아냐고 물어봐도 모른다고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다.
" 그래서 말인데요. "
" 저, 저는 작가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
" 예? "
갑자기 튀어나온 말에 나도 놀라고 앞에 있던 이권도 또한 꽤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
완벽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저런 표정을 하고 있으니까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하고.. 아니, 이게 아니라.
" 저는 작가님이 누굴 만났는지 누구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할 생각 전혀 없어요.. "
" 저기, 시형 씨 그게 아니라. 잠시만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
" 그때 번화가에서 있었던 일 입단속 시키려고 만난.. 거 아닌가요? "
" 입단속이라뇨.. 내가 그렇게 강압적인 사람처럼 보여요? "
겉모습을 볼 때는 강압적임을 뛰어 넘어서 권위적인 사람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봤던 모습은 강압적인 사람과는 정반대로 남을 배려하고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같았다.
" 아뇨.. "
" 그때 나랑 잠깐 눈 마주쳤죠? "
" 네.. "
" 고개 들어요.. 나한테 잡혀온 사람 같잖아요. "
" 그건 아니지만.. "
" 밥 그렇게 맛있게 먹어놓고, 또 이렇게 경계하니까.. 입에 뭐라도 물려야 경계가 풀리나 봐요? "
그 말과 동시에 이권도가 접시 위에 있는 에그타르트를 내 입 앞으로 가져다 대곤 고개를 갸웃거린다.
노릇노릇하게 갓 구워진 에그타르트가 맛있어 보여 입을 열고 받아먹었고, 에그타르트 한 개를 다 먹어치웠을 때
이권도가 내 입 앞으로 직접 가져다 대고 먹여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헙, 저.. 저 손 있는데. "
" 경계를 풀려면 어쩔 수 없죠. 나름 나쁘지 않았어요. 하나 더 먹을래요? "
" 사람을 동물 대하듯이 하는 건 좋지 않아요 작가님.. "
" 반려동물처럼 생각해도 안 될까요? "
" 어쨌든 사람과 동물은 다르니까요. "
" 음, 시형 씨는.. 이쪽 사람인가요? "
이권도가 손에 묻은 빵가루를 휴지로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아마 ' 이쪽 ' 사람이라는 것은 게이를 뜻하는 것일 테고.. 내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하는 게 좋을까?
그 당시에 그런 모습을 봤으니 게이라고 하는 게 그에게 마음이 편할까?
아무래도 외부의 시선이 신경 쓰일 수도 있으니까.. 솔직하게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도 예전에는 성적 취향으로 인해 외면을 받았던 적이 있었고, 주변 사람들을 떠나보내기도 했지만
이 사람은 자신의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것이다.
그러니까 ' 나는 당신 편이다. 나는 작가님을 곤란하게 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라는 미소를 띠며 맞다고 대답하자
날 바라보는 이권도의 눈빛에서 순간 싸한 감정을 느꼈다.
" 다행이네요. "
뭐가 다행인지 몰라도, 당사자가 안심한 것 같아서 나도 마음이 놓인다.
앞에 남은 스콘과 에그타르트가 맛있어서 수열이도 가져다주고 싶은데..
그러고 보니 수열이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다.
설마 아파서 아직도 앓고 있는 건가?
걱정되어 휴대폰을 들어 수열이에게 간단한 문자를 넣으려고 하는데 이권도가 턱을 괴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 바빠요? "
" 아, 죄송해요 그.. 동생을 챙겨줘야 하는데 깜빡해서요. "
" 친동생? "
" 아는 동생이요.. 저보다 2살 어린데,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 걱정돼서 연락 넣느라.. 죄송합니다. "
" 괜찮아요. 시형 씨는 술 좋아해요? "
" 술을 즐겨하는 편은 아닌데.. 친구들이랑 같이 만나서 마시는 건 좋아해요. 아! 윤지가 술을 좋아하거든요.
가끔 술 같이 먹을 때마다 맛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술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것 같아요. "
" 윤지랑은 같이 일해본적이 있는데 일처리도 능숙하고, 다른 동기들과는 다르게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도 가져오는 결과물들은 꽤나 뛰어나서 아끼던 후배였습니다. "
" 와.. 정말요? "
거봐 윤지야 이 사람이 네가 생각했을 때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후배에게 직접 말하기 쑥스러워서 그랬을 거야.
역시 사람을 소문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 윤지도 이 말을 직접 들었으면 분명 이권도가 달라져 보일 것이다.
윤지와 함께 일을 하면서 일어난 해프닝이라던가, 이권도가 그 사람 많은 거리에서 그런 짓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던가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알고 있던 이권도가 사실은 매우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스토커처럼 따라다니길래 좀 골치 아팠던 와중에 곧 개최해야 하는 사진전도 있었고 많이 예민해진 상태였는데
사람들 많은 거리에서 제 명예를 훼손시키겠다고 협박을 하더군요.. "
" 작가님처럼 유명한 분들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겠네요.. "
" 아무래도 그렇죠.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저도 큰소리가 나오면서 그렇게 인파에 둘러 쌓이게 된 겁니다. "
" 그분이랑은.. 진실된 마음으로 만나고 계셨던 건가요? "
" 처음에는 그런 마음으로 만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착이 심해져서 마음이 떠난 상태였죠.. "
" 돌고 돌아서 어렵게 만난 인연일 텐데 작가님도 많이 힘드셨겠어요.. "
" 사람과의 만남을 그만두고 일에 전념하려고 했습니다. "
이권도의 속마음을 들어보니 꽤 힘들게 이 곳까지 올라왔다고 생각된다.
나야 일반인이라서 여러 사람을 만나보며 때로는 혐오와 질타로 상처를 받았던 적도 있지만, 주변인들에게 위로를 받을 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공인이라서, 남에게 털어놓기도 힘들고, 대상을 직접 찾아다닐 수도 없었을 것이다.
고민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혼자서 풀어야 할 날이 많았을 테고, 마음이 놓인 상대를 만났다고 할지언정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성별이라고 이렇게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 작가님이 사랑을 하고, 그 사람에게 느꼈던 감정들이 죄는 아니니까요. 할 수만 있다면 저는 작가님이 다시 사랑하셨으면 좋겠어요. "
" 왜 그렇게 생각해요? "
" 꼭 연인 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작가님께서 다른 부분으로 상처 입은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사랑할 수 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
" 난 괜찮아요. 이렇게 시형 씨도 만나고, 사진을 찍으면서도 느끼는 감정들이 많거든요. "
" 그래도 아예 마음을 닫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
그에게도 언젠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다.
나와 잠깐이라도 사진 이야기를 했을 때 있었던 일과 느꼈던 감정을 자유롭게 풀던 그때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그 감정을 풀어 사랑을 주고..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윤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다정하고 따뜻하고 조금은 여린 사람처럼 보이니까.
" 작가님의 사진을 볼 때마다 느껴요. 그리고 작가님 스스로도 외롭다고 하셨잖아요.
그 당시 저에게 장난처럼 말을 했을지라도 저는 그 말을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걸요. "
' 오늘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더욱 마음이 아파요.
작가님이 사람을 만나 다시 사랑하셨으면 좋겠어요.
사랑은 다양한 형태가 있잖아요.
우리가 오늘 만나서 밥을 먹고, 길을 걸어오면서 이야기를 하고, 마주 앉아서 사소한 이야기로 웃게 되고 공통된 부분이 없다면 찾으면 되는 거죠.
작가님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데 뭔들 못 하겠어요.
그리고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작가님에게서 나오잖아요. '
" 작가님이 좋아하는 사진. 저도 좋아하니까.. 괜찮으시다면 자주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그.. 바쁘실 때는 굳이 안 하셔도 되고요! "
그가 대답을 하든.. 나를 보고 있든.. 그런 건 상관없었다.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마구 생겨나서 그를 위로하고 싶었다.
오늘 나랑 있었던 시간 중에 그가 웃었나? 나만 너무 즐거웠던 것은 아닐까.
이런 말을 하기 위해 그는 얼마나 준비를 했을까?
내가 알아주지도 못하고 너무 가볍게 만난 것 같아서 미안해진다.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잡는 와중에도, 내 눈에 들어오는 이권도가 살며시 나에게 웃어 보인다.
나도 그를 따라 살며시 미소를 띤다.
" 시형 씨. "
" 네? "
" 다음에도 나랑 밥 먹어줄래요? "
그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 같아 이젠 아예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갑게만 느껴졌던 그의 눈을 이제야 가까이 보게 된다.
그의 눈동자 안에 내가 담겨 있고, 나의 눈동자 안에도 분명 그가 담아져 있겠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내가 하면 된다.
그가 사랑할 자신이 없다면, 내가 알려주면 된다.
이권도는 결코 연약한 사람이 아니란 걸 내가 알려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