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폭상팔 2020. 12. 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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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받은게 대략 3교시였다. 

 

무슨 정신으로 학교를 다녔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벌써 4시를 향하고 있는 시계가 미웠다.

강휘가 있었으면 바로 집에 갈 수 있었을텐데 왜 오늘따라 강휘가 없어가지고 제길..

 


아마 오늘 했던 일이... 은혁이랑 매점 가서 빵 하나 사주고 반 안에서 계속 앉아 있던 것 밖에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리고 지금은 강휘에게 그렇게 좋아한다고 말한 체육시간이다. 


" 하... 가기 싫다.. "

" 야 한재희, 오늘 아팠으니깐 걍 교실에 있어. "

" 하아.. "

지금은 학교에 있는 자체가 후회스럽다.

강휘 말대로 그냥 집에서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있을 걸..

체육 수업도 가기 싫고, 안면도 모르는 나한테 콘돔을 준 그 놈을 만나러 가는 것도 싫어..  

그래도 반 안에서 현타와 후회를 반복할 바에 몸이 고생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간다.

 

그래! 체육을 가고 말지! 운동을 하면서 생각을 잊는거야! 

" 그정도로 아픈거 아냐! 체육 할거야! "

" 괜찮겠냐? "

" 본인이 괜찮다는데 안 괜찮을 이유는 없지. "

" 무리해서 쓰러지지 말고 그냥 반 안에 있어.. "

" 됐어~ 체육복 갈아 입고 온다. "

 

내가 언제 쓰러졌다고... 날 되게 아픈 사람으로 보는 그의 가슴팍에 주먹을 가볍게 내리치곤 체육복을 챙겨

같은 층 화장실로 향했다. 

 

대부분 반에서 갈아입는게 가장 편하지만, 강휘랑 같이 다니면서 생긴 버릇이다. 

죽어도 남들 앞에서 옷을 못 벗게 하기도 하고, 자꾸 자고 일어나면 다른 자국들을 만들어 놓는 놈 때문에

이젠 남들의 시선 때문이라도 반에서 옷을 갈아 입지 못 했다. 

 

지금이 그리 추운 날씨도 아니지만 나는 여름에도 겨울에도 항상 반바지를 입고 다녔다. 

긴바지는 종아리를 너무 조이는 것 같아서 움직이기 불편하기도 하고..

땀나면 금방 마르지도 않아서 답답하다니까..

 

화장실 맨 끝 칸에 들어가 교복 와이셔츠를 다 갈아입고 하의를 벗는 순간 다른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화장실을 전세 낸 것은 아니지만 괜히 다른 사람의 발소리가 신경 쓰여 옷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갈아입었다. 

 

 

그때였다.

 

화장실에 들어온 사람이 다 비어있는 칸을 지나 맨 끝에 위치한 내가 있는 칸을 두드린다. 

큰 거라도 마려워서 맨 끝에 칸을 써야하는 사람인가? 그러면 당연히 비켜줘야지. 

 

" 잠시만요~ " 

 

체육복 바지를 대충 위로 끌어 올리고 문을 연 순간, 강휘가 앞에 서 있는 줄 알았다.

강휘 앞에 스면 키 때문에 내가 강휘의 가슴 팍에 위치할 때가 많은데, 내 앞에 있는 사람 또한 강휘만큼이나 키가 컸다. 

" 아이고, 죄송합니다. 그 .. 비켜주시겠어요? "

 

" 선배님. "

" 뭐, 뭐야? "


뭐야, 누구세요 넌?

 

그러고보니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남자를 보니 떠오르는게 한 가지 있었다.

설마 내 책상 위에 그 파렴치한 쪽지와 선물 아닌 선물을 두고간 놈인가? 

하지만, 이상한 쪽지를 두고 간 사람치고는 너무 정상적으로 생겼다.

 

아니지? 저정도면 과하게 잘 생겼지. 하지만 강휘도 잘생긴 얼굴에 속했는데..

 

그냥 다들 생긴대로 논다고 봐야겠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키와 목소리를 듣고 남자라고 판단 할 수 있었지,

나보다 키도 작고 말도 하지 않았다면 여자라고 착각할 것 같기도 하다. 

" 그.. 누구세요. "

" 한재희 선배님, 저 기다렸어요.  4시. "

 

처량하게 눈을 아래로 내리 깔고 있는 모습에 잠시 마음이 울렁일뻔 했다. 

키도 크지만, 무엇보다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고개를 푹 숙이자 살짝 흔들리는 것이 마치 강아지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왜 나를 필요로 하는 건지 짐작가는 바가 하나도 없다. 

게다가 내가 화장실에 있는건 어떻게 알고 따라 들어왔냐고 ; 

 

 

" 잠깐, 네가 그.. 편지? "

" 잘 받으셔서 다행이네요. "

 

내가 그를 알아봐서 기쁘기라도 했는지, 그가 갑자기 고개를 팍 들어 올려 나를 향해 해맑게 웃어보인다.

 

그 웃음을 보니 뭔가 지난 날의 죄를 다 회개하게 되는 얼굴인데,

그런 얼굴치고 편지내용과 그 안에 있던 내용물은 오히려 내 앞에 있는 그에게 죄를 물어야했다.

 

그걸 왜 보냈으며, 멀쩡하게 생긴 얘가 왜 그런 짓을 한건지. 

 

" 네가 나한테 그.. 콘, 암튼 그거 보낸 사람이란 말이지? " 

 

" 콘돔이요? " 


" 이, 이.. "

 

이런 당돌하고, 미친 새끼를 다 봤나. 

아무리 다른 사람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하물며, 당사자 앞에서 당당하게 그걸 말하는 꼬라지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순간 머리를 쥐어 뜯을뻔 했다. 


" 선배님? "

" 이 개새끼야!!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놀란줄 알아!? 등교 하자마자 콘돔을 보고 등교를 하는 학생이 어디있겠어!! "

 

" 네? "

 

" 너 때문에 내 학교 인생 오늘부로 종칠뻔 했어. 생긴것도 잘생겼는데 왜 하는 짓은 못난이 그 자체냐!? " 

결국, 아침부터 겪었던 이런 저런 일 때문에 묵혀왔던 화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수건을 밟고 넘어진 것 또한 내 고의가 아니었는데 강휘를 화나게 만들었고,

이딴 쪽지를 받을만한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이상한 놈한테 꼬여서 결국 학교에서 편하게 지내지도 못 했다. 

" 내가 너랑 아는 사이도 아닌데 다짜고짜 이러는 것도 곤란하고,  여기까지 따라 들어와서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 " 

" 하하, 선배님 울어요? 귀엽다. "

 

" 흑, 끅.. 미친 놈아 왜 웃냐고오, 끅.. 흐으.. " 



너 때문에! 내 이쁘장한 후배는 개 같은 망상이 됐고,

콘돔을 보는 순간 어떤 이쁜이가 날 찾나 했더니 남자 놈이! 

모르는 사람 앞에서 울기는 싫었고, 나한테 이런 꼴을 하게 하는 사람 앞에서는 더더욱 울고싶지 않았다.

그걸 알고 있기에 더욱 눈에 힘을 주고 턱턱 막혀오는 숨을 다시 내쉬려고 했지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 선배님, 진짜 귀엽네요. "

" 나와. 난 너 모르고, 끄윽.. 너한테 볼 일 없어. "

 

언제 들어온 건지 좁은 화장실 칸은 이미 문이 잠겨있던 상태였고,

문 앞을 막은 이 놈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에 있는 변기 때문에 뒤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그 와중에 서서히 다가와 나의 볼을 쓸어 내리는 녀석의 손길을 피하려고 머리를 이리 저리 돌려봤지만,

역시나 좁았던 탓인지 조금만 더 움직이면 팔 안에 갇혀 안길것만 같았다. 

 

이게 정말 죽고싶나..? 지금 나는 당황스러워서 미치겠는데. 

나를 이렇게 만든 당사인 저 놈은 태연하게 웃고만 있다.  

아마도 강휘를 포함한 이 미친 놈들은 동일한 조건을 만족하면 웃음이 나오나 보다. 

가령, 나에게 해가 되는 일이 있다면 좋아 죽으려고 하는 것들이 동일하다고 보면 될까.. 

 

하느님.. 어째서 제 곁에는 이런 미친 놈들만 심어 주신 건가요. 


" 만지지마.. 저리가. "

" 선배님과 언젠간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다렸어요. "

" 저리가라고.. "

 

" 여기서는 더 움직일 수 없거든요. 선배님과 더욱 가까워지는 건 가능하지만. " 

안그래도 좁은 공간에서 더욱 밀착해오려는 녀석을 벽 가까이 밀어버렸다. 

울음도 이제는 멈췄고, 엉망이던 이성도 천천히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내가 지금 갇혀있다고 해도, 내 몸 하나 지키지 못하면 집에 가서 더 큰 재앙을 겪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면서 강휘 없이 살아올 순간들도 있을텐데 언제까지 강휘의 그늘 안에서 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그래도 싫다 싫다 하면서도 강휘한테 의지를 많이 하긴 했구나.

 

 

" 선배님. "

" 장난은 이제 그만 하고.. 나한테 용건이 뭔데? " 

 

손등으로 눈물을 박박 닦으며 그를 올려다 봤다.

정확하게는 째려봤다는 표현이 맞겠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고, 이 놈이 나한테 무슨 용건이 있든 그걸 곱게 들어주고 싶지는 않아졌다.

얼굴만 잘생기면 뭐하는가 인성이 바닥인데.

 

가까이 다가올 것만 같았던 남자는 나의 상태를 찬찬히 살피더니 손을 뻗어 나의 체육복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체육복 주머니를 희롱 아닌 희롱을 당하고 있는 도중에

그가 찾고 있는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 히익! 뭐하는 짓이야!? "

" 선배님, 제가 준 선물은 어디있어요? "

" 없, 없어! "

" 아아.. 그 사이에 제가 준 선물을 버리신 건가요? "

놈의 눈이 짐승처럼 일렁인다. 

 

정말로 버린건지 확인하는 눈빛 안에서, 만약 그걸 버렸으면 널 가만 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읽었다.

아니 그걸 학교에서 어떻게 버리겠어.. 게다가 그때 은혁이한테 걸릴뻔한 이후로는

수업내내 신경 쓰였지만 한 번도 주머니에서 꺼낸적이 없다. 

 


" 아, 아뇨.. "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와버렸다.

강휘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 놈과도 강휘만큼이나 지독하게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 선배님 겁 먹으셨어요? "

" 누, 누가 겁을..! "

 

사실 겁을 먹긴 했다. 

 

꽤 장신이기도 하고, 후배라는 사람이 그냥 나이만 속여서 밑에 학년에 있지

사실은 성인을 뛰어넘는 능구렁이 같은 면이 존재하는 것 같아서 딱 정리해서 말하자면...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아 은혁이랑 떨어져 있지말 걸 괜히 화장실 와서 옷을 갈아입는다고 했어!! 

 


" 그럼 제 선물은 어디에 있어요? "
 
" 반에, 있어. "

 

갈아 입은 교복 바지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걸리면 ㅈ된다. 

 


" 반에 그런 걸 둘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걸리면 곤란하잖아요? "

 

그걸 아는 사람이 대놓고 책상 위에 올려 놓는게 말이 되는 건가? 

진짜 이야기를 해보면 해볼 수록 미친 놈이란건 알겠다. 

 

네 말대로 어떤 대가리에 총 맞은 놈이 난생 처음보는 애한테 받은 콘돔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겠냐고

걸리면 ㅈ되니깐 당장 어디든 숨기거나 태워버리겠지..

 

아악 그래!! 소각장 가서 태울 걸 그랬어!! 

 

 


" 아 여깄네. "

 

손에 쥐고 있는 교복 바지를 뺏어 주머니를 뒤적 거리더니 콘돔 하나를 찾아 꺼내 보인다.

눈을 마주치고 있지만, 내가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게 아니라 어떠한 기운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 진짜 ㅈ된거 아닐까. '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에 불안과 공포로 마음이 두 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다. 


" 선배를 위해서 뒷뜰에서 보자고 한건데, 지금은 체육 시간이라 체육복 입었네요? 벗기기엔 이게 더 편하긴 한데.. "

" 뭘, 뭘 원하는 건데.. "

 

지금까지 외면하려고 했다.

 

얘가 나에게 콘돔을 준 이유와

이 곳에서 대놓고 나와의 관계를 원하고 있다는 뉘양스의 말들을 계속 외면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더이상 외면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직접 본인의 입에서 듣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 그래도 ..

 

 

" 원하는거요? 선배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

" 똑바로 말 해. 진짜로 모르겠으니까. "

" 선배님이랑 하고 싶어요. "

" 뭘.. 해? 나랑? 왜..? "

우린 지금 처음 보는데 갑자기 뭘 하고 싶다고 그러는 건데..?

 

설마 지금 네가 손에 쥐고 있는 그걸 사용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지?

 

우리 초면인데??

 

그리고 너도 남자고 나도 남자인데? 

 

이런 의미 없는 질문을 혼자 생각한다고 해도 답이 나오는게 아니었고, 아니 애초에 답이 나올리가 없지 않는가..

 

대뜸 와서 그.. 섹.. 하아, 암튼 그걸 하고 싶다 그러는데 어느 정신 머리 없는 사람이 

 

' 어머, 잘생긴 분과 기분 좋은 일을 하다니! 저도 너무 좋아요! 당장 여기서 바지를 까면 될까요? ' 이러냐고 

아니 서로 성적 취향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해봐야 할 거 아냐? 물론 정말 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그는 헝크러진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다듬더니 시선을 내게 고정시킨 후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입술을 오물오물 움직이는게 정말 잘생긴 여배우를 보는 기분이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혀 품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 매번 궁금했어요. 강휘 선배님이 필사적으로 옆을 지키는 이유가 뭘까.. 하고 "

" 강휘가 내 옆을? "

" 강휘 선배님이 재희 선배님을 감싸 도는 것도 궁금하지만, 그걸 직접 느껴보고 싶었 거든요. "

" 그래서 나온 결론이 겨우 몸을 맞춘다? "

" 겨우라뇨, 선배님이 끝내주게 잘 할 수도 있는거죠. "

" 진짜 생각보다 더 미친 새끼구나 너? "

 

" 미친 새끼들을 끌고 다니는 선배님께 당연히 끌리는 법이죠. " 

 

 

 

철컥, 탁 - ! 

 

 

안 그래도 좁은 곳인데 더 다가오려는 녀석에게서 보이는 빈틈을 파고 들어가 문을 열고 화장실에서 뛰쳐 나왔다. 

종이 5분 전에 쳤기 때문에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고, 하물며 우리 반은 제일 끝에 위치해서 코너를 돌아야만 위치했기 때문에.. 즉, 이 복도에는 그 누구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 미친 놈아 따라오지마! "

 

" 선배님, 복도에서는 정숙해야죠. "

 

 

아무리 복도 정숙이라고 해도 당장 내 정조가 사라지게 생겼는데 정숙이 무슨 소용인가? 

차라리 선생님들에게 걸려서 교무실에서 손을 들고 있는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근데 오늘따라 왜 아무도 없냐고!! 

 

계속 따라오는 미친 놈에게 꺼지라고 소리를 쳐보지만, 어느 누구도 교실에서 머리를 내미는 사람도 없었고

내 뒤에서 미친 듯이 따라오는 저 미친 놈도 나에게서 멀어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 도망 가야한다.. 도망 가야 돼!! '

왜 강휘 이새끼는 필요할 때 없는 거야!? 



" 선배님 도망가면 힘 빠져요. 이제 그만 이리 오세요. "

" 미쳤냐?! 내가 너한테 스스로 가서 박히게? "

" 자신이 박힌다는 건 알고 있나보네요? 항상 옆에 있던 분 한테 박혔어요? "

" 개소리 하지마 미친 놈아!! "

" 선배님 이렇게 애교 부리시면 안 됩니다. 시간 없잖아요 빨리 해요. "

" 으악! "

" 잡았다. "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결국 도착한 곳은 비어있는 우리 교실이었다. 

아무 교실이나 문을 벌컥 열어서 들어갈 수도 없고, 교실 안에 있는 책상을 피해 코너를 돌다 결국 잡히고 말았던 것이다.

 

왜 여기로 들어와서..

 

하 사자굴에 내 스스로 들어간거랑 뭐가 다르냐고.. 

 


" 그러고 보니, 선배님 옷도 편하게 입고 계셨네요.. 일부로 그러셨어요? "

" 제발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

 

 

이유도 알지 못한 채로 안면도 없는 후배한테 겁탈을 당하기 직전이다. 

일부로 옷을 편하게 입었겠냐고, 오늘 너랑 만날 플랜은 0.1 초도 정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피하고 싶어서 체육 시간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제기랄 이렇게 되버리다니.

 

손목이 잡혀버린 채로 벽에 길어 고정을 해버리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저항 조차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가 움직이는 손길에 따라 허리와 몸통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하는데 그것으로도 역부족이었다.

 

차가운 손가락이 체육복 상의 안으로 들어오는게 느껴진다.

 

엇, 순간 상체가 쉬원해지는 느낌이.. ? 

" 놔, 놓으라고! 미친 놈아! "

" 선배님 피부가 깨끗하네요.. "

" 놔, 흑, 끄윽.. "

" 쉿.. 옆 반에 들리면 곤란하잖아요? "

" 끄흑, 흐으.. 우윽.. "

 

결국 처음 느껴보는 공포심에 눈물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내 귓가에 떠도는 목소리가 무서웠으며, 그 사람의 손길이 내 몸을 타고 올라와 이곳저곳을 훑고 다니는게 너무 불쾌했다.

 

전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머릿속에서는 강휘만을 떠올리게 되었고,

입 밖으로 강휘를 불러봐도 올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더욱 무력해지며 눈물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옆에 있으신 그 분이 밤마다 괴롭힐 줄 알았는데, 피부가 깨끗한걸 보니.. "

" 읏, 흐아..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움직이는 손길에 따라 몸을 들썩들썩 거릴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미웠다. 

 

처음에는 천천히 등을 쓸어 내리더니 척추뼈를 따라 내려온 손가락은 어느새 배에 위치해 배꼽 부분에서 머뭇거리며 몸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그런 행동에 자연스럽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 그의 손길이 또 어디로 향하는지 신경을 곤두 세울 수 밖에 없었다. 



" 설마, 처음은 아니죠? "

" 아, 으응, 무, 무슨.. "

" 처음인가요? "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에 제 때 반응하는 나를 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려 보인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 품에 안겨 얼굴을 마주보며 희롱 당하는게 기분이 좋을리가 없는데.. 

몸은 내 정신과는 다르게 감각에 따라 반응하기 바빴다. 

 


" 그럼, 좀 떨어... 져, 어! "

" 더욱 못 놔 드리겠는데요.  "

" 흐, 흐아..! "

 

그의 손이 나의 가슴을 쓸어 올리며 내리는것에 따라 몸이 움찔대기 바쁘다.

반복되는 행동에 돌기가 딱딱해지는 것이 느껴지고,

그때마다 손마디에 걸려 스쳐지나 갈 때마다 입술 사이로 여린 신음이 터져 나온다. 


차가운 것도 있지만, 한 껏 예민해진 몸 때문에 정신이 점점 이상해지려고 한다. 

 

솟아 오른 돌기를 희롱하던 손이 천천히 배 아래를 움켜 쥐며 내려가기 시작한다.

곧 이어, 내려가고 있던 그의 손이 살짝 부풀어 오른 바지 앞선에 손을 댄다.

 

 

" 그럼 이쪽도 처음.. ?"

" 하으, 아..! "

" 한 번도 스스로 만져본적 없어요? "

만져본적은 있지 근데 강휘녀석을 만나고 나서는 위험을 느껴서 한번도 풀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이렇게 남이 날 만져주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난생 처음 겪어보는 자극에 계속 더운 숨이 터져나온다. 

계속되는 희롱에 몸과 머리가 흐물흐물 해지면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자

녀석은 나를 품에 안은 채로 본격적으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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