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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만나러 갈게 [1화]

망폭상팔 2020. 12. 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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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또 여기다.

 

또다시 내 얼굴과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가는 산뜻한 바람

그리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상기 시켜주는 이 드넓은 들판과

 

 

" 드럽게 따뜻한 햇살. "

 

 

 

" 개 시팔 놈이 진짜 갑자기 사람 뒷통수를 때려서 죽여? "

 

 

어제 갑자기 알지도 못하는 놈한테 죽임을 당하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진짜로 맞은 것도 아닌데 뒷통수가 얼얼해서 하루종일 두통약을 입에 넣고 살았다.

 

" 오늘은 내가 죽는게 아니라 네가 죽을 줄 알아라. "

 

마치 그 사람이 이 꿈으로 불러 들인 것 같아서 반가움과 더불어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뭐라도 풀릴 것 같았다.

 

내가 이 곳에 더이상 오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꿈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제 받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그런 희망을 가지며 그 집으로 다시 찾아갔다.

 

 

" 저기 들어가겠습니다. 솔직히 먼저 선빵 치는 건 어제로 족했구요. 대화로 풉시다 대화로. "

 

이렇게 말했는데 솔직히 날 죽이지 않을거라곤 생각 안한다.

 

그래도 시X 동방예의지국에 서로 안면은 트고 욕을 박든 악수를 하든 해야지.

이 버르장머리가 없는 놈이 23번째까지 당해주니까 형이 좀 만만하게 보이나본데.

 

오늘은 니 뜻대로 안 될거다 이 새기야.

 

 

 

 

그 순간이었다.

 

내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싸늘함 

 

이 집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검은색 후드집업을 입고 있는 사람이

또 다시 나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던 것이다. 

 

 

" 시발 내가 말로 하자 그랬지. "

 

 

아무리 네가 날 불러서 내가 이 곳에 끌려왔다고 쳐도 

나도 내 꿈이니까 마음대로 하겠다 이 말이야.

 

천천히 내게 칼을 들이대며 다가오고 있는 사람을 냅다 발로 차고

어제 봤던 서재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궈버렸다.

이 서재 안에도 누군가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것은 내 알빠가 아니였다.

당장 죽게 생겼는데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가는 것 보단 

차라리 어제 눈이라도 마주친 사람이랑 같이 있는게 더 안전할지도 모르지 

 

밖에서 억지로 문을 열 것 같았던 그 사람은 예상외로 문이 닫히자마자 미련이 없다는 듯이 자리를 떠난 것 같았다.

 

' 이번엔.. 살았나? '

 

남자는 발소리도 내지 않고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문 앞에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엔 살아 남은 것 같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제일 유일하게 살아있는 존재였으며, 이 곳으로 날 불러 온 용의자인데 

이야기 해볼 생각은 없고 만나자마자 칼부터 들이대는 거 보면 필수적으로 피해야하는 요소였을까..?

 

 

 

어제 봤던 서재는 바깥 풍경과는 정반대로 은은한 전등불을 켜놓은 밤과 같은 분위기의 서재였다. 

창문은 물론 없고 빛조차도 들어오지 않은 곳에서 전등에 모든 것을 의지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제 책을 읽고 있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뭔가 선택지가 잘못 되어서 그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된 걸까? 

 

어제와도 같이 서재를 천천히 둘러보다 책상 위에 놓여진 단 한권의 책을 보게 되었다.

 

' B.V ' 

 

간략하게 써져있는 책제목과 지은이도 출판사도 나와 있지 않은 책표지.

 

원래 책을 잘 읽는 사람은 아니지만 뭔가 이 책은 꼭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읽어야만 한다고 나를 이끌고 있는 것 같았다.

 

 

' 이 책을 선물 받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하나뿐인 나의 이야기, 나의 동화. ' 

 

 " 뭔 말이야..? "

 

 

나의 이야기.. 나의 동화.. 

 

본인의 이야기라는 건가 아니면 ..

 

 

" 이야기.. 어, 이게 뭐야. "

 

 

책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는 와중에 엽서 같이 생긴게 책 사이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뭔가 중요한 부분을 표시해놓은 것 같았는데..

 

엽서를 줍기 위해서 쭈그려 앉아 엽서를 줍는 순간 

 

내 다리 사이로 누군가의 다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여긴 어떻게 오셨을까요? " 

 

" 헉 미ㅊ.. 악! "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뒤로 넘어가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어버렸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처음으로 말을 섞을 수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는 것과

 

방금 전에 날 죽이려고 했던 그 모습은 어디갔는지 다정하게 웃으며 나를 마주하고 있는 그 남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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