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만나러 갈게 [프롤로그]
바람이 얼굴과 머리칼을 스쳐 지나가고
가득한 꽃내음이 나의 코 끝을 스쳐 지나간다.
익숙한 장면이지만, 결코 반갑지 않은 이 곳
" 하아.. 또 여기야? "
또 다시 이 꿈에 찾아오게 되었다.
아니, 찾아왔다고 해야할까?
몇 번의 반복 끝에 의도적으로 누군가가 나를 계속 이 곳으로 불러 들이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 아름답고도 꽃들이 한가하게 흔들리는 이 곳에서 나는 똑같은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 곳은 내가 눈을 감으면 바로 반복되고 있는 나의 꿈 속이다.
솔직히 꿈 안에서 죽으면 죽는 것도 아니고 그저 꿈인데 뭐가 문제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계속 반복되는 꿈도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것이고, 게다가 매 순간 똑같은 장면에서 내가 죽음을 맞이하는 건
그다지 그렇게 상관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냥 기분이 나빴다.
처음은 그냥 지나가다가 돌부리에 넘어져서 바닥에 있는 칼에 찔려 죽었다.
그 다음에는 그 칼을 피해서 다른 길로 가니 뱀한테 물려서 죽었고
그 다음에는 칼도 뱀도 피하니 이젠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말도 안되는 죽음을 매 순간마다 맞이하는
' 만들어진 동화 속 주인공 ' 처럼 계속 죽어가고 있었다.
물론, 일어나면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냥 기분이 나쁘다 정도일까?
그것도 잠깐이지.
반복되는 죽음 속에서 누가 나를 저주라고 하는 건가 싶었고,
도대체 어떤 사람이 날 이렇게까지 괴롭히고 싶은 건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 이 시X 진짜 어떤 놈인지 걸리기만 해봐라 가만 두질 않을테니까. "
매번 걸어왔던 길을 따라 움직이고, 칼을 피하고 낭떠러지와 반대인 길을 걸으며 온갖 장애물을 피해서
23번째 새로운 선택지에 닿게 되었다.
인위적인 풍경과 정말 잘 어울리는 인위적인 집.
저 집에는 또 어떤 위험한 일들이 나에게 몰려 올지 알 수 없지만, 여기까지 온 거 몇번을 죽임 당해도
어떤 놈이 나에게 이런 장난을 치는지는 알아야할 것 같다.
" 실례합니다. "
날 이 곳으로 불러낸 주제에 열받고 짜증났지만, 그래도 사람이 예의가 있지..
남의 집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가 살인마라도 만나면 또 개죽음을 당할테니 말이다.
" 아무도 안 계신가요? "
사실 집으로 들어오면서 누군가라도 있었으면 했다.
23번째 이 꿈 속에서 모험 아닌 모험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롭기도 했고,
이 꿈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게 가상의 존재든, 나를 이 곳으로 계속 이끌던 사람이든..
집 안은 꽤 깔끔했다.
사용한 흔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집 안이 낡지 않았고, 오히려 누군가가 이 곳을 보존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곳을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천천히 집 안을 둘러보고 있는데 살짝 문이 열려있는 곳이 있었다.
그리고 그 틈새를 살펴보니 작은 서재로 추정되는 방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책을 넘기고 있던 사람이..
나와 눈이 마주친..
" 아, 씨.. "
이렇게 갑작스럽게 죽임을 당하는 건 처음인데
분명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지도 않았다.
근데 지금 이 뒤에서 날 찌른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털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