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 나의 형, 나만의 형.
https://www.youtube.com/watch?v=5mXbuvDFslU
아직도 생각난다.
너무 덥지도, 선선하지도 않았던 애매한 계절의 여름이
서서히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지나가고 있을 때였나.
" 형, 가지마. "
형이 가장 약해졌던 부분인 ' 나 ' 라는 존재를 깎아내리면서 까지
형을 붙잡고, 형 앞에서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형의 뒷모습과 긴 시간의 부재였다.
그렇게까지 붙잡았는데 왜 나를 두고 떠났을까.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아주 조금, 이해를 하고 스스로를 설득 시키고 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내가 머리가 자라고, 몸이 자라고, 생각이 자랐다고 해서 형은 돌아오는 게 아니니까.
" 보고싶다. "
혼자서 지낸지 꽤 오래된 집 안에서 또 멍하니 그리움을 털어놓지만, 겨우 집 안에서만 울려퍼질 뿐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제서야 겨우 너를 붙잡을 이유를 대지 않아도 붙잡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젠 나의 나약함을 무기로 삼지 않고, 나의 강인함으로 널 지킬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제는.. 난 당신만이 필요하고 내 삶이 당신뿐이라는 것을 말할 수 있는데.
" 보고싶어, 형. "
다시는 너를 두고 또 다른 후회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라 다짐할 수 있는데...
나의 지독한 그리움은 긴 시간을 지나 마침표를 찍어내지 못 하고 또다시 이어간다.
[ 우리 형, 나의 형, 나만의 형. ]
Written by. Pa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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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는 수많은 낙엽이 떨어지고 있고, 그 거리를 지나 많은 사람들이 옷깃을 여민 채 자신들만의 삶을 살아가기 바쁘다.
모두가 각자의 목표와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목적과 희망 없이 앞 날을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앞으로 미래가 창창한 나의 동생 이야기고, 후자는 아마 주변 소식도 모른 채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을 나의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굳이 찾아야 할까?
그런 것은 머리만 아프지 끝없는 고민과 고뇌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목표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마치 내 삶에 목표를 잃은 것처럼
너를 잃어버린 것처럼.
" 추워보이는데, 손난로 드릴까요? "
" 괜찮습니다. "
" 아니.. 공짜로 드린다니까요. "
" 정말 괜찮습니다. 그쪽도 추워보이는데.. 그거.. 사용하세요. "
' 에이씨.. 마음에 들어서 번호나 물어보려고 했는데. '
' 그러게 손난로는 구식적인 멘트라니까? '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
다들 그 사람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다가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호의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순수하게 나의 것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많은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몰랐다는 이유로 큰 죄를 진 사람 처럼 질타를 받고 다녔어야 했다.
나는 애초에 그들에게 기대를 건 바가 없었고, 요구를 한 적도 없는데 어째서 이런 질타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
그 의문의 답은 쉽게 풀렸었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나는 늘 바보 같이 상처를 받고 있던 것이다.
" 저기, 잠시만요. "
혼자 살아가기엔 많이 외로운 세상 속에서 나 홀로 버티기엔 많이 부족하고 여린 사람이란 것을 알지만, 이젠 그 누구 하나 믿을 사람이 없는 걸..
" 저기.. "
가족조차도.. 지켜내지 못하고 도망친 사람인데.
" 잠깐만요! "
큰소리에 놀래 고개를 들었을 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한 남성이 나의 어깨를 붙잡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어째서 이 사람이 내 앞에 있는건지, 그리고 언제 내 앞으로 와서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던 건지 전혀 모를만큼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언제 온거지?
" 네, 네네..? "
" 이거. 떨어트렸어요. "
" 아.. "
처음으로 동생이 나를 위해 사다준 열쇠고리다.
초등학교 6학년때 겨우 돈을 모아서 수학여행을 보내고 마음 놓치 못한 채 동생을 기다렸는데, 하필이면 그때 큰 산불이 나서
동생이 머물고 있던 숙소가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밤새내내 잠도 못 자고 기다렸던게 생각난다.
중학교를 겨우 졸업해서 고등학교는 들어가지도 못 하고 알바생활을 하며 겨우 겨우 힘들게 키웠던 동생인데 성인이 된 지금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 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한텐 소중한 물건이거든요. "
마스크에 가린 남자의 얼굴은 보이진 않았지만, 잠시 마스크가 위로 씰룩 거리는 것을 보고 이 사람이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미소를 짓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오늘 열쇠고리를 잃어버렸으면, 오늘 하루를 아마 엉망진창으로 보냈을텐데.
이 사람에게 고마워서라도 사례를...
" 그.. 혹시 기회가 된다면 사례를.. "
" 됐습니다. 나중에 다시 봐요. "
" 네? 아, 제 번호 드릴까요? "
남자는 나의 질문에 웃음으로 대답할 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도 않았다.
번호를 달라는 건가.. 싶어서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찾기 위해 고개를 잠깐 숙이자마자
남자가 서 있던 자리에는 파랗고 투명한 잎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 초..능력자? "
" 엄마! 마술이야 마술! "
이 세상에 초능력자라니.. 너무 터무니 없는 것을 생각했나..
하지만 아무리 마술사라도 사람이 갑자기 앞에서 사라졌는데..
이게 현실적으로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내 앞에서 연출이 되니 어안이 벙벙했다.
" 푸른 꽃잎이네. "
남자가 사라졌던 자리엔 아직도 푸른 꽃잎들이 휘날리고 있었고, 그 흔적들은 서서히 하늘 위를 가득채우며 사라졌다.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