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폭팔공간/B망상단편

후회공 x 짝사랑수 2

망폭상팔 2019. 10. 1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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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덕분에 덕을 본 일이 적지는 않았다.

다만 그에 따른 귀찮음은 항상 귀찮고 짜증났고 불쾌했다.

 

멋대로 반해서는 고백이라도 하려고 준비하는 꼴을 보면 어이가 없었고

내가 조금이라도 호의를 베풀면 그것이 썸인줄 아는 모습들에 정이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그래서 일부로 더 잘 해주고 나중엔 여자친구가 있다고 거짓말을 치거나 어떻게든 상처를 주기 위해 일부로 못된 행동을 하기도 했다. 

집에 오면 나의 이중적인 행동에 정신병이 걸릴것 같았지만 주변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시선과 순수한 의도가 아닌 호의들이 더 더럽고 추악했다. 토가 나올것 같았다. 

 

그래서 이 녀석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멋대로 혼자 생각하고, 멋대로 혼자 반해서, 나중엔 혼자 우물쭈물 하다가 결국 자신의 행동에 상처를 받는 그 모습 또한 다른 사람들과 다를게 없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 좋아해. "

 

역시나 다르지 않았다. 남자한테 이런 관심을 받는 건 처음이라 흥미로웠지만, 다 똑같았다.

재미없고 불쾌했다. 딱히 다를거라고 기대한 건 없었다.

 

재미있었으면 좋았을텐데.

 

 

" 뭘 좋아한다고?? 여자친구? "

 

내가 한 발자국 뒤로 간다면,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징징거리는 모습이 나올까?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어떻게든 자신의 말을 주워담기 위해 허둥지둥대는 모습을 보니 이것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기회를 주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그때부터 그에게 좀 더 살갑게, 그리고 다정하게 대했다.

너는 다른 사람들보다 나의 다정함을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까.

 

 

" 상준이 어디갔어? "

 

" 아..? 오늘 강의 끝나고 바로 나가던데? " 

 


 

" 상준이 본 사람 있어? "

 

" 상준이 오늘 아파서 바로 집에 갔어. "

 


" 상준 .. "

 

" 걔 지금 점심 먹으려고 학생회관 갔어 " 

 

" ... ^^ "

 

나를 피한다는 사실에 조금 화가 났지만, 궁금했다.

 

왜? 나를 좋아한다면서 이렇게까지 따라다니는데 오히려 좋아하지 않고 왜 피해다니는건데? 

 

녀석이 나를 피한지 정확히 2주가 지났을 때 점점 흥미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학생회관에서 처음 보는 여자와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러 올랐다.

나를 좋아한다면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눈빛은 어디가고 앞에 있는 여자랑 희희덕 웃고 있는 게 나보다 더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이중적으로 느껴졌다.

 

 

" 이것도 나름 좆같네. "

 

 

 

 


 

2주가 지난 후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꽤 좋아보였다.

그때 만난 여자랑 좋게 이어지기라도 한 건가? 

 

어떻게든 좋게 웃으며 말하고 싶었지만 얼굴을 보면 목이라도 조를것 같아서 녀석의 얼굴을 보지 않는 것을 택했다.

짜증이 나면 그냥 무시하고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게 안된다. 

 

" 응 다음에는 꼭 같이 앉자. " 

 

묵묵하게 나의 말에 대답하는 모습이 단호해 보였다. 

 

그 모습이 어째서인지 단아하고 눈길을 이끌었다. 

 

곧이어 나에게 여자친구가 있는지 물어보는 녀석에게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그 순간 왜 너와 눈을 마주치고, 너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어서 나오는 말에 나는 처음으로 절망을 느꼈던 것 같았다.

확실하게 절망스러움을 느꼈고,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던 것 같았다.

 

" 너... 이제 나 안 좋아해? "

 

 

비꼬는 말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믿고싶지 않은 사실을 되풀이 하여 확인 받는 순간이었고 

나의 지난 행동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말이었다. 


" 응. 이제 너 안 좋아해. 그리고 앞으로 좋아할 일 없을 것 같아. " 


내가 널 언제 어떻게 왜 좋아하게 되었을까.

 

니가 날 좋아한만큼 내가 널 좋아한다면, 너는 나에게 다시 웃어줄까

 

근데 나는 잘 모르겠어.

 

니가 날 좋아했을 때 나는 지나치게 삐뚤어져 있었으니까.

 

그래서 후회해

 

나를 사랑하는 너의 그 모습을 내 스스로 외면했다는 사실이 너무 후회스러워

 

 

나에게 등을 보이고 무덤덤하게 자리를 벗어나는 녀석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등을 보고싶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너와 지냈을 때 나는 한 번도 너의 등을 본적이 없었다.

너는 항상 나의 등을 보고 있었겠지 내가 너에게 등을 돌리는 날이 더 많았으니.

지금 보니 너의 등이 너무 사랑스럽고 너무 작고 너무 소중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안을 수 없는 선이 되어버리고 꿈이 되어버려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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