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폭팔공간/B망상단편

후회공 x 짝사랑수 1

망폭상팔 2019. 10. 1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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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너무 좋아하는데 친구라는 이유로 친구자리 지키면서 티도 안 내고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공은 수가 자기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고, 일부로 수 설레게 하고 가끔 자기 뜻대로 일이 안 풀리면 수한테 짜증내고.. 

수는 그대로 받아주고.. 약간 헌신적인 사랑을 하다가 수가 너무 지쳐서 공 좋아했던 마음 다 접고 

공을 봐도 더이상 설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수 보면서 동공지진 + 혼란 겪는 후회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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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잘생겼다. 

 

내가 그를 좋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는 정말로 어느 누구나 인정할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의 외모에 반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나가면서 다정하게 웃어준다던가 

시험기간에 남몰래 가방 안에 캔커피를 넣어두던가 

어제는 같은 수업을 듣는데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처음에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갈 수록 내가 생각하는 것과, 나의 마음과 같은 게 아닐까?

내가 너무 눈치 없이 행동하는 건가? 하는 이상한 자신감이 생겼다.

 

 

" 저기 ... "

 

" 응? 무슨 일이야? "

 

" 아.아냐! 조별과제 있는데 조원들이랑은 잘 하고 있어?? "

 

" 응.. 근데.. "

 

갑자기 그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안 보이더니 아래에서 엎드린채 나를 올려다 보고 있는 그가 보였다.

 

" 너랑 했으면 좋았을텐데.. "

 

이래도 착각일까?

 

아니 내가 백번 양보해서 그냥 다정한 사람이라고 쳐! 

근데 굳이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 대해줄 이유가 없지 않나..?  

 

끝없는 반복 끝에 결국 마음을 먹고 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굉장한 쫄보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게 아니라 아주.. 살포시 물어볼거다..

 

예를 들면..

 

 

 

" 저기, 너 여자친구 있어? "

 

" 아니? 그건 왜? "

 

" 그.. "

 

내가 

 

" 여자친구 없으면 그.. "

 

너를 

 

" 내가 그.. "

 

좋아해

 

" 좋아해. "

 

 


 

" 뭐? " 

 

순간적으로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을 보고 내가 한 말로 인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끝났다. 그냥 가만히 그가 주는 호의나 받으면서 소소한 행복을 채우며 살 걸 

좋아하는 마음 하나 숨기지 못해서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지다니

 

" 뭘 좋아한다고?? 여자친구? "

 

" 아..? 아 아니! 그 여자친구 사귀면 좋잖아 같이 데이트도 하고 심심하면 전화도 하면서 같이 시간도 보내는거 "

 

" 음.. 사실 지금까지 사귀면서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낸적이 없어서 딱히 모르겠어. 그래서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았던 것도 있고. "

 

 

말실수를 한 내가 꼭 죽으라는 법은 없었나보다. 

이 순간 백번도 넘게 나의 신께 감사를 하며 어떻게든 그에게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했다. 

다행히도 그는 내가 한 말에 대해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고 우리의 대화는 다른 주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 

 

오늘 그와 대화하면서 얻은 교훈은 내가 내일 당장 죽어도 확신이 없는 사람 앞에서 절대로 내 마음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 이후로 철저하게 나의 마음을 숨겼다. 

그가 앞에서 나타나면 가던 길을 피해 멀리 돌아가기 바빴고, 가방 안에 숨겨진 커피를 모른 채 하며 어떻게든 그의 흔적을 지우기 바빴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이 도와주질 않는건지 일주일에 2번만 올 연락이 어째서 하루에 3번이상은 오는건지 

 

 

' 무슨 일 있어? 요즘 잘 안 보이네. '

 

' 어디 아픈 건 아니지? '

 

' 수업은 나오더라.. 옆에 앉아도 돼? '

 

 

" 이렇게 귀엽게 말하면 또 흔들리잖아. "

 

그에게 연락을 받으면서 그와 행복한 상상에 빠졌지만, 그 상상도 잠시 나를 보며 이질적인 표정을 짓던 그때가 생각났다.

또 다시 똑같은 사람으로 인해, 그리고 똑같은 기대와 애정으로 인해 상처받고 싶지 않다. 

 

 

 

그러기엔 내 사랑이 너무 불쌍하잖아. 

 

 

 

시간이 지나면서 평소에 왔던 연락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엔 자신이 없어서 피하고 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자 점차 괜찮아졌다.

 

이제는 얼굴을 봐도 전처럼 설레지 않았다. 

물론 잘생긴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지만, 그게 사랑이란 감정이 아닌 그저 잘생기고 아름다운 것을 봤을 때 느끼는 아주 잠깐의 감정일 뿐이었다.

 

" 진짜 오랜만에 만나네, 왜 항상 다른 사람 옆에 앉아있었어? "

 

" 내가 앉은게 아니라 그 사람이 옆에 앉아 있었어.. "

 

" 다음부터 나랑 앉아 나 외로웠단 말이야. "

 

그는 엎드려서 또 다시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귀엽고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그것도 잠시 느끼는 감정이었다. 

 

 

" 응 다음에는 꼭 같이 앉자. "

 

 

긍정의 대답을 했지만 그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건가..? 

 

 

" 너 뭔가 변했어. "

 

" 내가 뭐가 변해.. " 

 

" 뭔가 느낌이 달라.. " 

 

" 맞다. 너 아직도 여자친구 없어? "

 

나의 질문에 뭔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자세를 고쳐 앉아 고개를 끄덕이는 그다. 

여자친구라는 주제가 그에게 흥미를 유발한 건가..? 애초에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크나큰 실수를 할 뻔 했다.

역시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게 잘 될리가 없지.

 

 

" 응 없어. 왜? "

 

" 내가 아는 사람이 너한테 관심있는데 진짜 착한 얘라 .. 혹시 소개 받을래? "

 

말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길래 고개를 돌리고 그를 바라봤을 때 

심장이 얼어 붙는 것 같았다.

 

여자친구가 없다고 하길래 소개를 시켜주고 싶었는데 저렇게 차가운 표정으로 보고 있을 이유가 있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죄책감에 말끝이 흐려졌다.

 

" 너.. "

 

" 아 그.. 불편하면 그냥 못 들은 걸로 해도 돼. 미안.. 너 생각 안 하고 바로 말했는데 그건 내 실수야. "

 

" 이제 나 안 좋아해? "

 

" 응..? "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머리가 멈춘 것 같았다. 

 

내가 널 좋아했던 걸 너는 어떻게 알았어? 

너는.. 내가 널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도 그런 반응을 보이고, 그러면서도 왜.. 왜 나한테 다정하게 대했어?

 

" 응. 이제 너 안 좋아해. 그리고 앞으로 좋아할 일 없을 것 같아. " 

 

 

굳어버린 그를 뒤로한 채 자리를 떠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앞에서 얼굴을 붉히며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저런 사람을 좋아했다는 것에 분노가 끓어 올랐다.

 

 

바보같았다. 이렇게까지 비참해질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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