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텅구리들아..
봄이 왔다.
SO WHAT? 그래서 뭐?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남들은 꽃구경한다고 산에 올라가서 개나리도 보고 가로수길 걸으며 벚꽃도 만져보고
아주 서로 귀에 꽂아주고 환장할 연애를 하는마냥에
나는 왜 이런 칙칙한 놈이랑 벚꽃이 만개하는 거리를 걷고있어야하는건가?
" 뭘봐? 왜? "
" 에휴.. "
저녀석에게 물어봤자 답도 안나오겠다만
얼굴을 보니 더 답이 안나온다.
" 왜 사람 얼굴을 보고 한숨을 쉬냐? 이거 같이 지내주니깐.. 인성이 아주 안됐네? "
" 그놈의 인성타령.. 네가 나한테 인성 인성할 처지냐? 이게 다 너때문..!! "
생각해보면 이녀석때문에 겨우 잡았던 과팅을 말아먹고
하다 못해 조금이라도 썸을 타고 있던 여후배와도 멀어졌다.
아씨.. 이번 봄에는 꽃구경 가나 했더니..
" 내가 뭘? "
" 하.. 몰라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안드는 녀석.. "
" 누군 마음에 들어서 같이 다니는줄 아나.. "
" 뭐 임마? "
누구때문에 지금 이 분홍빛이 만개하는 거리를 칙칙한 남자 두명이서 걷고있는데??
' 오냐 너 오늘 잘만났다 분홍빛이 아주 핏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일줄 알아라' 라는 생각으로 한마디 하려는데.
갑자기 녀석이 벚꽃나무로 달려가 꽃을 따는 시츄에이션을 보여준다.
봄이라고 신나서 벚꽃 따는건가.. 은근 감성적이네 생각하던 찰나, 따가지고 온 꽃을 내 오른쪽 귀에 꽂아준다..?
" 뭐..뭐..뭐하냐? "
" 마음에 들어서 같이 다니지. 나만 그랬냐? "
순간, 분노가 아닌 데인 듯 올라오는 낯 뜨거움에 두손으로 쥐고있던 가방끈을 놓칠뻔했다.
아니 정확히는 놓쳤지만 날 이렇게 만든 당사자가 흘러내리는 가방을 잡아줬다.
" 역시 누가 꽃인지 모르겠네 "
" 어..뭐..뭐..! "
나..나는 절대로 당황한게 아니다.
장난에 약간? 아주 ..아주 약간 놀란것뿐이다.. 그런..그런거라고..!
" 너 얼굴 빨갛다고. 설마 예쁘다는 소리로 들었냐? "
보통 콩깍지 낀 연인들이 ' 아잉~ 자기야 저 꽃좀봐~ 너무 예쁘지않아~? 사진 좀 찍어줘~! ' 이러면
' 후훗.. 마이 Baby.. 누가 Flower인지 전혀 모르겠는걸? 너무 아름답잖아 촤하하하하- ' 이런식으로 듣잖아!
아니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녀석과 연인 사이는 아닌데..
계속 혼돈에 빠지고 있을때 나를 혼돈에서 끌어올려주는 녀석의 한마디
" 뭐 안예쁘다는 말은 안했는데. "
그 말을 다음으로 내 귀에 꽂아진 벚꽃을 쓰다듬는
녀석의 손길에 온 신경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 이번엔 이렇게 날려버렸으니, 다음엔 우리 단둘이서 벚꽃 구경 갈까 "
" 뭐래.. 누가 같이 가준데? "
" 그때도 여자 안생길텐데. "
" 야 솔직히 매년 봄마다 너랑 벚꽃 보니깐 나도 이제 다른 사람이랑 보면 안돼..? "
" 안돼 첫 벚꽃도 첫 장마도 첫 단풍도 첫 눈도 나랑만 봐야해 "
" ... "
귀에 꽂아진 벚꽃은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을것 같았다.
내 앞에 있는 너 또한 그러겠지..
계절에 변화가 왔을뿐 아무렇지 않던 봄이, 너로 인해 한순간에 다르게 느껴진다.
내게도 봄이 왔다.